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1일(현지시간) 퇴위를 전격 발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신흥국 출신이 차기 교황에 선출될지 여부가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뉴욕타임스(NYT)ㆍ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첫 비유럽권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체 가톨릭 인구의 42%가 거주하는 남미에서 차기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가톨릭 교세가 유럽에서 실질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반면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증가세인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약 10억명으로 추산되는 가톨릭 인구 중 유럽인 비율은 25%에 불과한 반면 남미 신도의 비중은 42%, 아프리카의 비중은 12%에 달한다.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도 1억2,500만명의 신도를 가진 브라질이다.
NYT는 "교세위축, 진보와 보수 간 갈등, 각종 스캔들 등 가톨릭 교회의 당면과제 못지 않은 문제는 교세가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새 교황이 영적 지도력 못지 않게 신도 수가 급증하는 지역을 대표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지난 2005년 교황 선출 당시에는 최초의 비유럽권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을 업고 캐나다의 마르크 우엘레(68) 추기경이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현재는 오디우 페드로 셰러(63) 브라질 추기경, 호세 베르고글리오(76) 아르헨티나 추기경, 아르헨티나 출신의 레오나르도 산드리(69) 동방교회성 장관 등 남미권 후보가 부상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출신으로 바티칸 내 지지도가 상당한 안젤로 스콜라(72) 추기경,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인 지안프랑코 라바시(71) 대주교 등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호평을 받는 셰러 추기경은 독일 이민계 후손으로 7년간 로마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 산드리 추기경은 이탈리아계 부모를 둔 아르헨티나인으로 실질적인 교구사역 경험은 없다. 이밖에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인 피터 턱슨(64) 가나 추기경, 서민적 카리스마로 주목 받는 미국인인 티머시 돌런(62) 뉴욕 대교구장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BBC에 따르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80세 이하 추기경은 약 117명으로 이 중 약 절반인 61명이 유럽인(이탈리아인 21명)이다. 이밖에 남미 19명, 북미 14명, 아시아ㆍ아프리카 각 11명, 호주 1명이며 67명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당시 선출됐고 50명은 교황 바오로 2세 때 선출됐다.
외신들은 "갑작스러운 퇴위 발표로 유력한 주자가 부상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지난번처럼 다수 득표자 2명을 놓고 결선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대륙별 경쟁구도가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