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 폭등"황소장 조짐" 낙관전망속 "단기랠리일뿐" 신중론도
지난 2년반 동안 하락세를 보여온 뉴욕 증시가 저점을 형성하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일까. 지난 4영업일 동안 다우존스와 S&P 500등 블루칩 지수가 14% 폭등하고, 10년만기 미국국채(TB)가 폭락하는 등(수익률 0.4% 급등) 시장의 자금 흐름이 급반전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장기간의 약세장(bear market)이 지난 주 9일을 기점으로 끝나고 경기회복과 함께 황소장세(bull market)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자들은 이라크 전이 예고돼 있고, 미국 경기 회복과 기업 수익 개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폭등은 약세장의 단기 랠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저점 형성했나
최근 뉴욕증시 폭등의 이유는 지난 2년반의 약세장이 끝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주식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 저점 형성론의 근거는 여러가지다. 지난 9일의 저점을 기준으로 할 때 S&P500 지수는 2000년초 정점대비 49.2% 하락, 대공황이후 최대 규모의 약세장이었던 73~74년의 하락폭 45%를 넘어섰다.
또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지난 2년반사이에 8조~9조 달러 날아가 절반 수준으로 가라앉음으로써 90년대 후반에 형성된 거품이 꺼질대로 꺼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근거는 지난 2~3주 동안 미국국채(TB)가격이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조그마한 호재에 의해서도 금방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이동할 조건이 조성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 야후, 시티그룹 등이 기대이상의 3ㆍ4분기 수익을 발표, 호재를 만들었다. 이에 15일 하루 동안에 TB 10년물의 수익률이 0.25% 급등하고, 4영업일 동안 뉴욕증시 시가총액이 1조달러 이상 불어나는 자금시장의 역류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이 평일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은 소극적이었던 투자자들이 적극적 자세로 전환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뉴욕증시 주변에는 2조 달러의 대기성 자금이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때 비관론자(bearish)였던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바튼 빅스는 "기술적 관점에서 중요한 저점을 형성했다"면서 "일단 랠리가 시작됐지만, 다시 한번 꺾이고, 그런 다음 본격적인 황소장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업 수익 개선여부가 관건
비관론자들은 ▲ 이라크 공격 ▲ 미국 경제의 저성장 지속 ▲ 미국 기업들의 수익 개선 지연 등을 들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승리로 끝날때까지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15일 발표된 미국의 산업재고는 8월에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의 설비과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고, 이라크전에 대한 우려로 미시건대의 소비자심리지수는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티그룹과 GE등 블루칩 기업의 수익은 개선됐지만,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인텔의 경우 지난 분기 수익이 1억600만 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극단적인 비관론자는 뉴욕 증시가 1930년대 대공황, 90년대의 일본 증시처럼 10년 이상 약세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