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개인들이 속속 주식시장을 이탈하는 모습이다. 갈수록 황폐해만 가는 주식시장이지만 데이트레이더들은 독자적인 생존노하우로 무장한 채 여전히 주식시장을 생존터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하루를 밀착 취재해 투자 노하우 및 생존전략을 소개한다.
“(오늘은) 며칠째 주가가 급락한 종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한가 잔량이 수북이 쌓여 있지만 개장직전에 매수세가 급격히 붙는 것을 보고 매매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8일 아침 구리시 교문동의 한 데이트레이더 사무실. 전업 데이트레이더 5년차인 문영진(35)씨의 손놀림이 빠르다. 이날 7시에 출근해 미국 시장과 유가 흐름, 경제지와 온라인 뉴스를 살펴 본 그는 ‘예상체결 등락률 상위종목’ 중 상한가 예상 종목에 미리 주문설정을 해 놓았다.
문 씨는 이날 8시59분 55초에 동시호가 매수주문을 낸 뒤 개장 직후 보합권에서 곧 바로 주식을 처분했다. 불과 1~2분 사이에 그가 벌어들인 시세차익은 약 500만원.
“하루에 평균 10여개 종목을 집중 매매합니다. 장이 끝날 때까지 매매는 지속하지만 (데이트레이더에겐) 오전 9~10시가 가장 중요한 시간대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장세 흐름이 불안할 때는 말 그대로 하루를 넘기지 않는 매매전략을 구사한다. 그 가운데서도 개장을 전후로 한 동시호가매매때 가장 큰 집중력을 요구한다.
“오후 6시까지 선물 챠트와 옵션 가격표, 상하한가 종목과 거래량 많은 곳, 테마 특징주 등을 연구합니다. 지난해는 200% 이상의 수익을 얻었고, 올해는 반년 만에 70%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처음 3년간 비싼 수업료를 낸 끝에 얻은 노하우 덕이죠.”
문 씨는 전업투자가로 나서기 직전까지 무역협회, 석유공사 등 상당히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었다. 데이트레이더로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직장을 다니며 간간히 손댔던 주식투자에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가나 그랬지만 문 씨 역시 초기엔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해(2000년) 5월에 아파트를 정리해 몇몇 우량주에 투자했으나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문씨가 전업에 나선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800선에서 연말 500선으로 하락) 실전은 기업가치를 논하는 이론게임이 아니라 철저히 수급논리로 움직이는 약육강식의 머니게임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주식을 하려면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고 기대수익 보다는 위험을 적절히 통제하는 감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뒤 그는 위험관리를 위해 매일 급등락 종목들의 챠트를 모으고 원인을 분석했다.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아 컴퓨터 2대와 19인치 모니터 5대도 갖췄다. 자연스레 시장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특히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외국인, 기관, 큰손 및 일반 개인투자가들로 구성된 수급의 실체에 접근했다.
그는 이 같은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001년부터 매년 100~200%의 투자수익율을 올렸다.
“매매는 기대수익과 위험 사이의 확률게임입니다. 도박이 아니라 경험적 통계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줄이며 적절한 베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죠. 시장에 순응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 다시 말해 수급 개선이 이뤄지는 종목을 타깃으로 합니다. 시장 메이저들도 결국 주식을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기에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종목을 매매하거든요. 상한가 매매와 테마 매매도 결국 대중을 끌어들이는 머니게임의 수단입니다.”
그가 어렵사리 뱉어낸 투자의 핵심 노하우는 ‘수급내용을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문 씨는 특히 “운용수익까지 모두 주식에 투자할 경우 자칫 깡통차기 십상”이라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운용금액을 제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서 문씨는 왠만하면 시장이 방향성을 찾을 때까지 쉬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지수가 이동평균선 아래에 있는 하락장입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멈추게 하려고 받치고 있을 필요는 없죠. 더욱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만 지수가 가파른 속도로 하락해 단기적으로 이격 확대 시점이 발생할 경우 단기 수익을 노리고 매매를 할 수도 있으나, 무리한 베팅은 금물이며 분할매수 뒤 반등하면 청산하는 게 좋습니다.”
바닥을 예측하지말고 지수가 정배열될 때까지 편하게 쉬라는 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방금 떠난 고속버스를 아쉬워하며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것과 원하지 않는 방향의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손절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