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① 왜 사퇴 ② 왜 지금 ③ 金사장 돌아오나 ④ 金회장 거취

① 왜 사퇴, 금융당국 부담 덜기<br>② 왜 지금, 내달까지 승인 받기<br>③ 金사장 돌아오나, 金회장 후계 가능성<br>④ 金회장 거취, 당국 의중, 연임 변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2일 밤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종열 사장에 대해 "30년 이상 평생을 같이 해온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간에 떠도는 갈등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번 사태의 전후 사정을 공개했다. 김 회장은 다음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언론보도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김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종합해 이번 사태의 전말을 네 가지로 나눠 정리해 본다.

① 종열 사장은 왜 사퇴한 것일까.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의 인터뷰에서 "금융 당국 입장에서 외환은행 인수승인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신경을 쓰는 게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발언을 뒤집어보면 하나금융이 금융 당국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여러모로 금융 당국에 줄 성의표시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김 회장과 김 사장은 "순수한 의도에서 (사퇴를 결정)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 사장의 사퇴가 결과적으로 금융 당국의 부담을 덜어줄 '선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외환은행 인수승인이 '먹튀'를 돕거나 특혜를 준다는 여론의 부담을 안고 있는데 하나금융에서 희생양이 내놓으면 당국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②왜 지금 사퇴인가.

하나금융의 핵심관계자는 "김 사장이 평소 설날 전에 당국에서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누차 말했다"고 전했다. 론스타와의 계약만료 시점인 오는 2월까지 당국의 승인이 나오려면 최소한 설날 전후로 금융 당국 내부에서 정책결정 방향이 잡혀야 한다는 판단이다.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지금쯤 뭔가 나와야 한다고 본 셈이다.

실제 김 사장은 지난 10일 오전 신년 인사차 언론사 방문을 하던 중 김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다급하게 점심 약속을 취소한 김 사장은 은행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오후2시께 김 회장을 만났다. 바로 이 자리에서 사퇴 얘기가 나왔고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나 금융 당국 등 외부 외압설을 재차 부인했지만 2인자의 사퇴를 다급하게 결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급박하게 전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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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김 사장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하나금융을 위해 일해 온 장본인인데 어떻게 그냥 내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 김 사장에게 후임을 맡기거나 다른 역할로 하나금융에 돌아올 수 있다는 언질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하면 김 사장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밝혀 김 사장의 사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를 종합해보면 김 사장은 등기이사이기 때문에 주주총회 때까지는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외환은행 인수가 성공하면 다른 자리를 맡아 금명간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외환은행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하나금융에 그대로 남거나 회장직을 물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사장은 13일 "일단 한번 나간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④김승유 회장의 거취는

김 회장의 연임 여부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되면 공개적으로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존경 받는 금융인으로 남고 싶고 어떤 상황에서도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고 했다. 하나금융이 제대로 된 길을 걷는 것을 보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13일에도 당국이 사퇴압력을 넣었느냐는 질문에 "저로써는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3월에 물러난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김 회장의 임기 연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조직의 넘버 1과 넘버 2가 함께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김 사장의 사의가 당국을 돕고 임기연장을 위한 명분도 쌓는 일석이조의 묘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사장도 13일 "나는 나가도 김 회장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지난해 김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인 2월께 '회장 연임ㆍ사장 사퇴 시나리오'가 임원들 사이에서 중심으로 나돈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진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모종의 교감이 이뤄졌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사장의 사퇴 용단에도 불구하고 금융 당국의 의중이 변수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김 회장의 사퇴를 포함한 물갈이를 원하고 있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다. 김 회장의 거취를 두고 금융 당국과 하나금융 간에 또 한번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이고 이 승부를 결정할 것은 바로 여론이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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