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계 인사가 말하는 '한국경제의 병폐'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이덕훈 韓銀 금융통화위원

사회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한국이 자본주의를 하고 중국이 사회주의를 하는 것은 세계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얘기가 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상술이 뛰어나고 한국 사람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평등주의가 강한데 두 나라가 2차 대전 이후 민족적 속성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를 운용하는 주체는 기업인과 상인ㆍ투자자 등 가진 자들이다. 그들이 평등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불안하게 볼 때 경제의 추동력이 상실된다. 경제계의 인사들은 한국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심리’가 선진국 도약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토해냈다. "질시풍토가 경제회생 걸림돌" ■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 'N분의 1' 우선주의가 경제발전 역동성 훼손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잘 나가는 사람과 기업을 질시하는 풍토가 한국경제 동맥경화의 원인’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좌 원장은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경제인클럽에서 열린 한경연 포럼에서 “지난 2003년과 지난해 한국경제가 수출호조에도 불구, 내수부진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된 것은 돈 버는 기업의 투자심리와 능력 있는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잘하고 능력 있는 기업 중심의 투자 장려,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개선이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 원장은 “가진 자에 대한 질시 등 정부ㆍ정치권의 반시장적 정책, 전투적 노동운동,고임금, 각종 기업 규제, 반기업 정서, 반부자 정서 등이 소비 및 투자여건 악화의 주요인”이라며 “그동안 균형이라는 이름하에 한국 경제정책을 압도해온 ‘N분의1’ 주의가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좌 원장은 “경제발전은 모든 사람들이 노력ㆍ능력에 따른 사회공헌에 따라 사다리의 위ㆍ아래에 위치한 가운데 끝없는 오르내리기 경쟁을 거쳐 사다리가 하늘로 ‘승천’하는 수직적 세계관에 기초한 것”이라며 “사다리를 굽히려는 수평적 세계관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고 사다리를 세우는 기업ㆍ정부만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스스로 돕는 자가 더 대접을 받는 경제ㆍ사회제도의 정착과 사회 분위기 형성, 수직적 세계관을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는 정치권과 정부가 결과적 평등에 치우친 평등주의 정책으로 앞서가는 경제주체를 상대적으로 역차별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국민보호 약속은 도덕적 해이와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치권도 시장원리보다 결과의 평등을 선호하는 여론에 더이상 휘둘리지 말고 모든 법ㆍ제도를 스스로 돕는 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좌 원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경제가 평등주의라는 정치논리의 덫에 걸려 정체성을 잃고 있으며 평등지향 정치가 경제발전 장애물”이라고 밝혀왔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기업 국부창출 가치 인정해야" ■ 이덕훈 韓銀 금융통화위원 ◇ 부자 존중하는 풍토가 경제회복 중요 요소 이덕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기 살리기’와 ‘부자를 존중하는 풍토 확립’이 가장 절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덕훈 위원은 “요즘 들어 반기업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데 나라 전체 경제에서 국부를 창출하는 유일한 주체가 기업”이라며 “정부든 일반국민이든 기업의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고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기업이 움츠러든 데는 정책 탓도 있을 테고 노조 탓도 있다”며 “이러한 정서 때문에 대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 거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까지 다 나가게 돼 일자리 감소 등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슷한 맥락에서 부자들을 존중하는 풍토 역시 경제회복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는 중국 등과는 달리 부자를 보면 ‘나도 저렇게 돼야지’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 돈을 가져가 혼자 잘 사는구나’하고 배 아파하는데 이는 큰 문제”라며 “부자들 중에는 옳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성과급제도가 잘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평준화된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게 이 위원의 분석.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약한다는 것은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이 두 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라며 “개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위의 사람 끌어내리기’식의 하향 평준화 풍토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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