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은행 상업업무 앞세워 아시아 침투 가속

대형 IPO·M&A만으론 안정적 수익 창출 어려워<br>현금관리·대출로 눈돌려 아시아 은행들은 비상


그동안 아시아에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주식 및 채권 거래 등 투자은행(IB) 부문에만 업무역량을 집중했던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기업의 현금관리, 해외 자금거래, 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를 강화하며 아시아시장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단발성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는 IB업무와 달리 일단 거래를 트면 관련계약이 줄을 잇고 경기에 따른 부침도 상대적으로 덜한 상업은행 부문을 강화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기업의 해외송금 업무를 대행하는 '트랜잭션서비스(transaction service)'의 총괄부서장 사무실을 싱가포르 지부로 옮겼다. BOA가 이 직책의 사무실을 싱가포르에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트랜잭션을 비롯한 상업은행의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도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셸 중국법인의 해외자금 거래를 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회성 계약을 이어온 이 기업의 트랜잭션서비스를 제도화한 것이다. WSJ는 최근 미국 은행들이 한국의 LG전자와도 트랜잭션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외에 도이체방크와 씨티그룹 등이 아시아에서의 상업은행 업무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이 같은 전략은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아시아시장에서 IB업무로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이러한 수익구조는 대형 IPO나 M&A 건수가 줄어들고 주가가 급락하면 무너진다는 점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1년 초부터 9월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IB부문 수익은 105억달러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9월까지의 수익은 이보다 30%나 급락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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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글로벌 은행들에 상업은행 업무는 견고한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씨티그룹의 아몰 굽테 아시아 재무부문장은 "상업은행 업무 강화는 단순히 관련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일"이라며 "일단 계약이 이뤄지면 더 많은 비즈니스를 함께 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씨티그룹은 1990년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에 트랜잭션서비스를 제공한 이래 현재까지 이 기업의 대출 및 무역금융 업무 등도 도맡아 하고 있다.

또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진출 및 현지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로 해외송금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글로벌 은행들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의 계좌 및 트랜잭션서비스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매년 14%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아태지역 무역부문장인 사이먼 콘스탄티니데스는 "기업들의 해외송금은 경기부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아시아에서 상업은행 업무를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매혹(new sexy)"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처럼 서구은행들이 아시아에서 IB에 이어 상업은행 부문 침투를 가속화하자 아시아 은행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WSJ는 일본과 호주ㆍ싱가포르ㆍ홍콩 은행들이 상업은행 부문 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호주 멜버른에 소재한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6%였던 트랜잭션뱅킹 매출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홍콩의 유나이티드오버시스뱅크 역시 동남아시아에서의 트랜잭션뱅킹을 확대해 3년 안에 이 부문의 사업규모를 2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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