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윈-윈`전략은 연구개발(R&D)에서 판매ㆍ물류 등까지 전방위적이다. 제휴 대상도 국내 경쟁업체간은 물론 해외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사업상 큰 관계가 없는 업체와의 공동마케팅으로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재계는 이에 대해 “최근의 경제환경이 워낙 불투명해 피아를 구분하기 보다 생존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라며 “불필요한 경쟁을 피해 체력소진을 최소화함으로써 혹한기를 넘기자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신제품 공동개발로 시장주도권 장악=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산요와 가정용 에어컨 공동개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 내놓을 고급형 모델을 산요와 공동개발하는 것은 물론 부품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등 앞으로 제휴관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휴를 통해 제품개발 기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세계표준을 주도할 수 있고 원가경쟁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며 “강력한 경쟁업체인 LG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와 제휴한 것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경쟁관계임에도 불구 이례적으로 협의체를 발족, 선박도장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들 3사는 `조선3사 도장방식 연구협의회`를 만들어 도장기술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기술을 공유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장은 선박의 수명을 좌우하는 선박건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조선3사가 협의기구를 만들어 공동작업에 나서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과 KTF는 투자비를 절감하기 위해 WCDMA(IMT-2000)망을 공동구축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공동마케팅으로 시장 넓힌다= 유선통신업체들은 PC제조업체, 외식업체, 보안업체 등과 손잡고 번들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KT는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업체인 인텔과 함께 전자상가에 무선랜 접속지역(핫스팟)을 설치하고 인텔의 모바일CPU `센트리노`가 탑재된 노트북을 대여하고 있다. 하나로통신도 노트북 제조업체인 LGIBM과 무선랜상품에 가입하면 노트북을 할인하는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각종 건설수주에서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공사비가 300억달러에 달하는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부영, 대원, SR개발 등 6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베트남 정부에 78만평을 개발하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수입차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수입업체인 GE백색가전과 다음달까지 공동마케팅을 벌인다.
◇적과의 동침도 `기꺼이`=기업들의 윈-윈 전략은 `적과의 동침`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캠코더를, LG전자는 식기세척기ㆍ가스오븐레인지를 상대 회사에게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무리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각 사가 경쟁우위에 있는 부문에 집중함으로써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홈쇼핑과 삼성몰은 공동 마케팅을 위해 지난 3월말부터 상품 판매 채널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제휴를 통해 삼성몰은 유명 브랜드 기획상품이나 자체 독점상품 등을 우리홈쇼핑이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하며, 우리홈쇼핑은 삼성몰을 통해 TV 방송상품을 실시간으로 방영한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두 업체는 경쟁관계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지만 경쟁력있는 상품을 공유함으로써 판매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