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뉴 밀레니엄

새 천년의 도래를 알리는 축제가 시차를 두고 온 지구촌을 한바퀴 누볐다. 나라마다 대도시에 수십만 혹은 수백만의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와 화려한 불꽃놀이와 번쩍이는 네온사인 아래서 춤까지 추며 2000년의 새 아침을 맞는 광경을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광화문 거리에 15만명이 운집해 밤을 세웠고 새 천년의 새 해맞이를 위해 동해바닷가로 이동한 차량만도 20만대에 이르렀다 한다.온 세계가 이처럼 들떠 있는 것은 천년에 한번 밖에 맞을 수 없는 밀레니엄의 전환점에 서 있다는 흥분과 함께 새 시대에 거는 기대와 꿈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새 밀레니엄의 시작은 산업사회가 정보화사회로 이행하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기도 하다. 흔히 21세기의 화두로 디지털혁명을 꼽는다. 과거 인간이 영위하던 생활양식, 즉 의사소통과 정보의 수집 관리, 물자의 생산 유통 소비, 그리고 금전거래 등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그같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것이 우리의 생활을 얼마나 편하고 효율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는 지는 새삼 말 할 필요조차 없다. 새 세기에는 변화에 가속이 붙어 우리의 일상 생활양식은 물론 의식구조와 인간관계까지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드리우듯 앞으로 맞게 될 변화가 모두 좋은 것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새 기술 새 시스템의 등장이 인간성의 황폐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여러 걱정거리 중의 하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빠른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새 시대의 개막은 오히려 좌절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몸에 익힌 젊은세대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이제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창조해 내고 있다. 과거의 생활패턴에 익숙해 있는 이른바 아날로그 세대들에게 이들이 일으키는 변화는 소화해 내기 어려운 장벽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발을 맞추려면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그게 어려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00년의 시작이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자 약력>서울대 법대졸. 중앙일보 주일특파원, 논설위원, 편집국장. 관훈클럽총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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