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지구촌 가족기업

글로벌 경쟁서 '흔들'…우위론 퇴조<br>유럽서 경쟁력 퇴조이어 美도 '집안갈등'잡음<br>'규모의 경제'등 외부환경 적응못해 비효율 커<br>독점적 지배·경영권 세습이 쟁점"대안 필요"


일부 재벌들의 독점적 기업 지배구조와 밀접히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들이 한국 내 줄줄이 터져 나오는 상황, 외국에서도 가족 기업(family firms) 경영의 파행 사례가 연달아 언론을 타고 있다. 최근 수년 가족 기업 경영 우위론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던 글로벌 트렌드의 추세 변환 신호일까? 한동안 잠잠하던 지구촌 가족 경영(Family Business) 논쟁에 다시 불씨가 지피고 있다. 유럽이 그 한 가운에 서 있고 미국도 무관치 않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가족 경영의 독점적 지배구조로부터 파생된 경영의 난맥상이 외부 환경 변화와 함께 속속 드러난 데 따른 것. 해외 언론들은 유럽의 경우를 ‘가족 기업 위기론’으로 표현했고 미국 역시 경영 세습과 관련한 일부 가족 기업의 파행 사례가 연일 외신을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수년 가족 경영의 우수성을 주장한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최근까지 분위기는 가족 경영이 비(非)가족 경영 쪽 보다 경영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듯 보였다. 그런 추세 속에 가족 기업들이 설 자리를 조금씩 잃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최근 유럽 상황은 글로벌 기업 경영의 뉴 트렌드로 해석될 여지를 주고 있다. ▦흔들리는 유럽 및 미국의 가족 기업=가족 기업 변화의 중심지는 그 같은 형태 기업이 미국보다 월등 많은 유럽이다. 미 월스트릿저널은 최근 프랑스의 샴페인 명가 테팅제가 월가 기업 사냥꾼들과 전쟁을 벌인 지 7년 만에 미국 스타우드 캐피털 그룹에 넘어간 것을 ‘70년 전통의 유럽 가족 기업의 소멸’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유럽의 전통적인 가족 기업을 향해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라는 시장으로부터의 새로운 압력이 생겨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처지는 이밖에도 라자드와 다농 특히 가족 경영 형태가 많은 프랑스 기업들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 가족 기업들이 이처럼 흔들리는 이유는 유로존 출범으로 유럽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특히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기업 공개를 꺼림으로써 기업 규모를 불리지 못해 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 체제 속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기업 공개와 전문 경영인 체제가 일반화돼 가족 경영의 사례가 유럽에 비해 월등히 적지만 미국의 경우도 혼란의 불씨는 발화되고 있다. 즉 창업주의 재혼 등으로 인한 가족간 경영 분쟁으로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 받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대표적 사건이 최근 불거진 글로벌 미디어 그룹 뉴스코프 창업주 루퍼트 머독 회장 가족간 경영 승계 분쟁. 또 하얏트 호텔 가문도 유사 상황으로 부녀(父女)간 법정 소송이 제기된 경우다. ▦재점화된 ‘가족 기업 對 비가족 기업’ 논쟁=이는 달리 표현하면 유럽식 가족 경영 대 미국식 전문 경영인 체제간 우열 논쟁이다. 양자간 우열을 가리는 이 해묵은 논쟁의 쟁점은 경영의 효율성이다.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가족 기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창업 가족의 주인 의식과 강력한 리더십. 또한 신속한 의사결정,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 등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단기 실적에 치우친 경영을 하기 쉬운 비가족 경영의 경우보다 강점으로 돋보인다. 이에 대한 반대론은 창업자 가족에 의한 독단적 경영에 따른 폐혜로 무엇보다 기업엔 치명적이다. 특히 가족내 갈등 특히 경영권 분쟁 등에 휘말릴 경우 기업이 받는 타격은 가족 경영의 모든 장점들을 일시에 갉아 먹고도 남는다. 가족 간 갈등은 창업자 후손끼리는 물론 홍콩 재벌 리카싱과 미국 비아컴처럼 창업자와 2세 사이 갈등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족이 경영 전반에 나설 경우 실력을 갖춘 외부 인재 활용에도 한계가 있어 기업 경쟁력 추락 요인이 된다. ▦경영권 승계 쟁점…전문 경영ㆍ가족 경영 양자 절충 대안은?=가족 기업과 전문경영인 기업 어느 쪽 경영 실적이 앞설까. 이는 가족 기업의 범주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가족 기업의 범주를 넓게 봤을 때(창업자 경영 기업부터 설립자 후손이 직접 경영을 하지 않고 이사회일원으로 통제권만 행사하는 기업까지) 결과는 가족 경영 체제가 우수하다. 그러나 경영권 세습 기업 등 가족 기업을 보다 엄격히 구분할 경우 전문 경영자 기업보다 경영권 세습 기업의 경영 성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미 증시를 통해 보면 경영권 세습에 관한 공시가 나올 때 주가가 하락한 반면 경영권이 가족에서 전문경영자로 넘어갈 때 주가가 상승하는 반응을 보여 왔다. 가족 기업 경영의 최대 쟁점 사안은 소유가문의 제왕적 경영, 그리고 경영권 계승 문제로 집약된다. 따라서 이들의 독단적 경영을 감시하고 자격과 명분 있는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도록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가족 경영과 관련 선진권에서 불거진 일단의 부정적 사건들을 가족 경영 퇴조의 시그널로 보기엔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이를 계기로 가족 기업과 비가족 기업의 문제점들이 새로 부각되고 보다 진화된 기업 지배 체제에 대한 연구가 늘며 문제 해결책들이 전세계적으로 모색될 가능성은 있다. 실제 최근 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관련 학과가 앞 다퉈 개설되고 가족 기업 연구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시류를 반영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그 유사 형태가 존재하는 재벌의 파행적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국가 성장의 에너지를 유독 소모적으로 갉아먹고 있는 한국의 경우 그 같은 필요성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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