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 골프] 정영호 미림상사 대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80년대 말 골프 인구가 많지 않은 시기였지만 내 주위에는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분들이 잘 아는 친지들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기플레이어들과 함께 필드를 다녔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 같은 초보자를 데리고 다니느라 재미가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덕분에 골프에 빨리 흥미를 느끼게 됐고 실력도 금세 키울 수 있어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한 1년 지나서 80대 스코어를 기록했고 다시 1년쯤 지나서는 가끔 `싱글핸디캡(70대 타수)`을 치곤 했다. 3년차 때는 한 해에 봄가을 두 번이나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기너 시절 잘 가르쳐준 분들 때문일까. 나는 늘 비기너와 `싱글`은 동반자이자 동격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연습장에 들러 보면 많은 지인들끼리 토론을 하거나 3개월 먼저 배운 사람이 2개월째인 사람에게 레슨을 하고 있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잘 치는 사람은 못 치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재미를 느끼고 못 치는 이들은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 아마추어 골퍼들의 마음이다. 고수는 멋있는 샷을 비기너에게 과시하고싶고 비기너는 한 수 배우려는 마음에 동격인 것이다. `아마골프(www.amagolf.co.kr)`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골프 관련 책을 쓰기도 했지만 잘 친다고 자만해서도 안 되고 못 친다고 쑥스러워 할 필요도 없다는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다. 골프 앞에 만인의 골퍼가 평등한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다. 잘 모르는 것을 물어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초급자를 가르쳐줄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어깨에 힘 줄 이유도 없다. 어차피 잘 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못 해도 재미있는 게임이 골프 아니던가. 삶과 골프를 즐길 줄 아는 골퍼들은 모두 동격이다. <박민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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