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참다운 행복은 무엇인가

재산은 쥘 때 빠져나가는 모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부·명예 좇더라도 유한함 염두에

배고프지 않은 영혼이 행복 줘



요즘 행복이라는 말이 대세다. 마치 행복이라는 것을 슈퍼에서 물건 고르듯이 찾으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필자도 누구에게나 "현재 행복을 느끼고 지족(知足)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또한 빛바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행복하라고 하면서도 얄팍한 것이 아닌 참행복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본다.

부처님 재세시 어느 때 오백 명의 비구가 모여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스님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달랐다. 어떤 스님은 부자가 되거나 왕이 되는 것이 인생 최대의 행복이라고 했고 어떤 스님은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으며 어떤 스님은 하얀 쌀밥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마침 부처님께서 오셔서 그들에게 무슨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지 물었다. 그들이 대화했던 내용을 말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생사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다. 참된 행복이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부처님이 출현해 있을 때 최상의 진리를 접할 기회를 만나 비구들이 잘 화합해 함께 수행할 때가 진실한 행복이다."

부처님 말씀에 토를 달아보기로 한다. 먹고 즐기며 쾌락을 추구하고 명예를 누리는 것은 진실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진리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정신적 완성의 추구가 영원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교에서는 영원한 행복을 무위복(無爲福)이라 하고 그 외에 즐기고 명리(名利)를 추구하는 것을 유위복(有爲福)이라고 한다. 곧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벗들과 함께 진리를 논하며 자아를 업그레이드하는 수행과 공부가 인생의 최대 행복이라는 것이다. 곧 이 외의 것들은 영원한 행복이 아닌 것이다.

관련기사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 스님들에게만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일반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재산은 손에 모래를 움켜쥐었을 때 주먹에서 빠져나가듯이 유동적인 것이다. 명예도 그러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하는 법이다.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사람도 모여드는 법이다. 나에게 권력이 없는데 나를 따를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세상의 이런 속성을 잘 꿰뚫은 스님이 있다. 중국 송나라 때의 법연(1024∼1104)인데 스님은 멀리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먼저 복불가수진(福不可受盡), 복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재앙으로 변한다. 다음 세불가사진(勢不可使盡), 세력을 다 부려 지나치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

자신에게 재산과 명예가 있다고 타인에게 함부로 하거나 상처를 준다면 옳지 못한 행위다. 언제 어떻게 상대와 갑을(甲乙) 관계가 바뀔지 모르는 법이다. 어떤 인연으로 한순간에 사라질지 모르는 명예와 재산·쾌락이 어찌 영원하겠는가. 그래서 이런 것들이 참행복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스님이니까 이런 말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변명하자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버리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 등을 추구하되 유한한 것임을 염두에 두라는 의미다. 곧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물질이 아니라 영혼이 배고프지 않는 것임을 마음에 새길지니라. 이렇게만 한다면 그대는 결코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정운스님·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