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부실기업 정리 드라이브 건 당국] "좀비기업 ⅔ 줄이면 오히려 연간 11만명 고용 증대 효과"

부실업체로 흐르는 돈 막아야 정상기업 지원 가능

美 금리인상 등 대비해 은행 부실 차단 사전 조치

"더 미룰수 없는 상황… 2~3년내 부실 솎아낼 것"




금융 당국이 부실 채권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계기업 숫자가 급증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외부 변수도 첩첩산중이다. 부실 기업 정리를 미적거릴 경우 '은행을 통한 실물경제지원'이라는 대명제가 흔들릴 수 있다. 저금리로 연명하는 기업 가운데 털어낼 곳은 적극적으로 털어내야 은행도 살고 돈맥경화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로키(low-key)' 콘셉트를 버리고 기업 부채의 심각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부실 채권 정리 통해 한계기업 양산 막는다=부실 채권 정리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먼저 은행 건전성을 위해서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한계기업이 하나둘 퇴출되고 한계기업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은행으로서는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충당금을 두둑이 쌓아둬야 한다. 그래야 산업 혈맥인 은행으로 리스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비효율적인 자금 배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이제라도 부실 기업을 솎아내 돈줄이 막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올 하반기가 되면 대기업 중에서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비용을 3년 연속 못 갚아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며 "이런 곳을 조금이라도 먼저 손봐 둬야 은행이 어려운 시기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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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특히 은행들의 부실 채권 관리에 허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최고경영자(CE0)들은 실적 개선을 명분으로, 실무자들은 직원 평가에서 고득점을 위해 충당금 적립을 꺼린다는 것. 이런 관행을 바꾸기 위해 신속히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일조한 만큼 이를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원 최적 배분하면 고용 창출 효과도 커=보통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행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한마디로 은행의 금융 지원이 끊기면 생존이 불가능한 곳들이다. 이들 기업은 이미 우리 경제성장률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데 당장 돈줄이 급한 부실 기업이 이들 자금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현재 15.2%(2014년 말 기준)로 추산되는 한계기업의 비중을 10%포인트 줄이면 정상 기업의 고용은 연간 11만명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부실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더라도 산업 전반의 고용이나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일정 부분 시차는 있겠지만 부실 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고용이나 투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부실 채권 정리를 통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중요하다.

◇2~3년 두고 한계기업 솎아낸다=당국은 지난 2일 출범한 금융연구원의 기업부채연구센터를 부실 기업 정리를 위한 싱크탱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하는 센터는 향후 기업 부채 전반을 들여다보고 정책의 세부 방향을 정하게 된다. 당국 관계자는 "산업 재편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 기업의 상황을 파악한 후 앞으로 2~3년 안에 부실 기업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기업 부채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게 당장은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대외 여건을 볼 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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