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임종직전 단계」의 한국경제(사설)

수출부진에 성장둔화 물가불안 국제수지 적자행진이 겹쳐 만들어진 우리 경제의 총체적 위기국면이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다.이같은 한국경제를 두고 최근 외국의 경제전문지가 「임종직전 단계」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주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최근호에서 「한국 경제를 신문제목으로 뽑는다면 임종직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있으나 정부 당국자만은 「여전히 제 궤도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그같은 경기침체의 이유로 과거 두차례의 오일쇼크 이후 가장 악화된 수출부진과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들었다. 이 지적은 과장되거나 틀린 것 같지 않다. 시기심 어린 시각이나 공연히 깎아내리기도 아닌 것 같다. 요즘 우리 경제의 실상과 정부의 대처능력을 들여다보면 그 같은 분석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경제의 3대 축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으며 침체국면이 예상보다 훨씬 길고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에도 경제난을 여러차례 겪었지만 3대축이 한꺼번에 악화되는 상황은 거의 없었다. 수출이 4개월 내리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반면 수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물가불안은 여전하다. 수출부진으로 재고가 쌓여 투자와 생산을 조정하는 형편이어서 체감경기는 이미 겨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9.0%에서 6.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 성장률 6.8%도 3번을 조정한 것이다. 경제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년에는 더욱 둔화되어 6.5%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잠재성장률 7%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어서 실업문제까지 떠 안아야 된다. 실업증가는 경제사회 불안의 복병이다. 이같은 성장 둔화의 원인은 수출부진과 설비투자의 둔화때문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5.9%에서 올해 3.8%로 급락하고 내년에도 2.1%에 그칠 전망이다. 수출은 세계 경제 호전과 원화절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경쟁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회복은 쉽지 않다. 수출전망 불투명에다가 재고누적이 겹쳐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출부진에 무역외수지 적자가 부풀어 오르고 있어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가 가장 큰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올해 연말에는 2백억달러에 육박, 최악의 상황을 맞고 내년에 조금 호전된다해서 1백32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에 1천억달러로 예상되는 외채는 고통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물가가 잡힐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올해 억제 목표선 4.5%를 훌쩍 넘어섰다. 내년에는 4.3%로 낮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올해는 농산물 풍작에다 세무조사 공산품가격인하 압력등 행정력으로 억제되는듯 하지만 내년에는 그동안 미뤄논 공공요금 인상요인, 임금상승, 환율상승 효과, 국제원자재가격 상승등이 복합되어 물가안정 기조를 위협할 것이다. KDI의 이러한 전망치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치는 훨씬 비관적이다. 더욱이 문제는 가까운 장래에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연구소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빠지리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쟁력제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비용구조에다 저효율구조가 겹쳐 있어서다.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데는 정부당국의 예측능력부족과 정책실기, 그리고 일관성 결여의 책임이 크다. 경제 위기론이 한창일때 정부만 낙관하고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 그러다가 심각해져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불을 끄려 하지만 때가 늦은 것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있는 시기 상황도 경제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선거철 인기정책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경쟁력 향상이나 구조개혁의 기회마저 놓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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