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보예술-운보김기창 미수전

바보예술-운보김기창 미수전초기 섬세한 소묘서 해학,익살로 전환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화백은 7세에 보통학교 등교 둘째 날 장티푸스에 걸려 치료하던 중 할머니가 다려준 인삼을 먹고 난 후 청각신경이 마비되는 후천성 귀머거리가 되었다. 그것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비극이었다. 그러나 운보의 그림에는 언제나 소리가 가득하다. 귀가 상한 뒤에 심이(心耳)가 트였음인가. 운보의 그림에서 음향의 차단을 읽어내기는 무척 힘들다. 오히려 우리는 그의 그림 속에서 뭇 생명들의 힘찬 숨소리를 듣게되고 때론 벽력(霹靂)같은 굉음, 에너지의 순환이 그대로 들려주는 바람소리, 새소리, 웃음소리 등을 눈으로 만난다. 갤러리 현대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5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리는 「바보예술-운보 김기창 미수(88세)기념 특별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의 발자취와 만날 수 있다. 초기부터 현대까지 장르별로 80여점을 선정하였고, 작품 정청(靜廳,1934년작 일본소장), 군마도(1969, 89년작)등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인물, 화조, 산수 등 운보의 그림에서는 강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유분방하게 움직였던 대가의 운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당긴다.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소묘력에서 자유분방한 용필 그리고 해학으로 넘어간 대가의 그림 이력은 4,000여점이 넘는 방대한 작품 속에 하나의 대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세에 김은호 화백의 문하에 들어가 그림을 공부했던 운보는 많은 수상기록이 보여주듯이 비교적 탄탄한 성공의 길을 걸었다. 역시 화가였던 우향 박래전과의 결혼생활이 76년 부인의 타계로 끝이나자 운보는 느닷없이 마치 폭포를 연출하듯이 열정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뽑아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바보산수」이다. 「청록산수」시리즈와 함께 일반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된 「바보산수」는 익살과 해학에 실려 새로 읽어낸 생명에의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운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의 민화는 아주 훌륭한 예술입니다. 서민들의 소박한 삶과 해학이 조금도 꾸밈없이 담겨져있어요. 바보산수는 그러한 민화의 정신을 내 나름의 작품세계에 담아보려고 한 것 입니다.』 그렇다면 왜 바보인가. 운보는 『나는 작가정신이 어린이가 되지 못하면 그 예술은 결국 죽은 것이라는 예술관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운보의 바보같은 그림에서 사람들은 세상만물이 빚어내는 온갖 음향에 둘러싸여, 살아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향연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서게 된다. 입장료 5,000원. 문의, 갤러리 현대 (02)734-6111.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7/04 19:34 ◀ 이전화면

관련기사



이용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