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케테로'에 나라곳간 거덜난다

아르헨·英·日·그리스 등 과도 복지·선심정책 탓에 국가존립 위협, 쇠락의 길<br>내년 총선·대선 앞둔 우리 지속가능한 복지 모색할때



지난 28일(현지시간) 찾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50여명의 근로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다니던 냉동창고 회사가 문을 닫았다며 정부에 200만페소(50억원)의 퇴직금을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시위대를 이끌던 구에라(30)씨는 "사업주가 도망갔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리의 살길을 마련해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억누르고 노동자 편을 들고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앞에서 이처럼 일년 내내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보니 이른바 '피케테로(piquetero)'가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을 정도다. 정부가 선심 쓰듯 국민들에게 현금을 주다 보니 떼를 쓰면 먹힌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에는 공원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1만명의 시위자들에게 정부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쿠폰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처럼 노조의 요구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노조천국의 나라' 아르헨티나는 60년 전 세계 10대 부국을 자랑하다 페로니즘의 덫에 걸려 이제 남미의 평범한 중하위권 국가로 추락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뿐만이 아니다. 팍스 브리태니카를 구가하던 영국이나 일본,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ㆍ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도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강대국의 위치를 누렸지만 포퓰리즘의 두터운 벽에 부딪혀 국가존립마저 위협받을 정도로 끝없는 쇠락의 길로 치닫고 있다. 재정수준을 뛰어넘는 과도한 사회복지제도와 경직된 노동시장, 이에 따른 경기활력 상실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이 같은 강대국의 사례는 바로 포퓰리즘이 21세기 국가흥망과 운명을 가른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의 경우 인기주의에 영합한 선심성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태국도 최저임금 40% 인상 등 무분별한 공약에 시달린 나머지 외국 기업들이 하나둘씩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도 1990년대 경제 버블이 꺼진 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무분별한 사회복지 지출의 한계에 부딪혀 집권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먼 미래를 보고 국가 비전을 세우지 못한 채 눈앞의 인기주의에 연연하다 보면 분배만 내세운 공약이 결국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쓰디쓴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아르헨티나 벨그라노대의 페르난도 라보르다 교수는 "포퓰리즘은 권력유지를 위해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 등장하고 있다"며 "단지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고 생선 한 마리를 던져놓고 표만 챙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맞아 지속가능한 복지의 시험대에 오른 한국으로서는 귀담아들을 만한 대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