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위축 내년이 더 걱정이다(사설)

 올해 경제를 뿌리째 뒤흔든  위기의 꼬리가 길어질 전망이어서 내년이 더 걱정이다. 지난 6월부터 회복기미를 보이던 경기가 기아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대기업연쇄도산,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차츰 실물경제에 파급,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업 투자의욕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점이다.  경제연구소마다 내년 성장률과 물가전망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시설 투자를 크게 줄일 계획이다. 내년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인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6%대에서 5%대로 낮춰잡고 소비자 물가는 4%대에서 5%대로 상향, 예측치를 수정하고 있다.  다만 무역수지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폭도 다소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와 환차손을 희생으로 한 환율상승 덕이다. 경쟁력강화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사상루각일 수 있다.  더욱 우울한 소식은 기업투자 의욕의 급격한 감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30대그룹의 내년 시설투자 계획은 52조2천4백억원으로 투자가 부진했던 올해보다도 1·39%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지난 92년이후 6년만의 마이너스 투자다. 일부 그룹은 20%까지 축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매년 늘려가던 시설투자를 줄이게 된 것은 내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기업 의욕도 꺾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무너지는 소리라 할 것이다.  그 원인으로 자금조달난, 수요부진, 재고증가 등이 꼽히고 있다. 투자축소의 첫째 요인인 자금난은 기아사태로 촉발된 금융경색에서 비롯됐다. 이어 발생한 주식 외환시장의 불안이 자금시장을 얼어붙게 한 것이다.  금리의 급등도 투자를 주춤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무거운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 축소는 부실화의 단서인 무리한 차입경영과 과잉투자의 부작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으나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우려가 더욱 높다. 경기가 어렵다해도 경기가 풀릴 때를 대비해서 필요한 투자는 늘려야 하는게 순리다. 그렇지 못했을 땐 경기가 상승을 타지 못하고 고용도 개선할 수 없다.  불황일 때 기업이 무기력증에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자의욕을 불어넣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안정이 급선무다. 돈이 제대로 돌게 해야 하는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투명성이 보장되어야 기업도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게 된다. 기업의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경제회생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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