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달러 원저·대엔화 원고/환율정책 “딜레마”에

◎1불 8백90원돼야 일제에 경쟁력 가져/달러강세는 물가·외채상환 등에 큰부담환율정책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올들어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원·달러화 환율이 끊임없이 상승(절하)압력을 받고 있으나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화 환율은 더욱 가파르게 오름으로써 국내에선 원·엔화 재정환율이 장중 한 때 지난 93년 4월이후 처음으로 1백엔당 6백원대로 떨어졌다. 통상 원화가치의 하락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시키고 수입을 억제시킴으로써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원화가치의 하락은 해외여행을 억제함으로써 무역외수지도 개선시키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원저속도를 추월하는 엔저로 인해 이같은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원달러화 환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엔저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주력상품은 국제무역시장에서 일본상품에 속속 밀리고 있다. 반면 원달러화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억제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월중 통관기준으로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8.2%가 줄어든 반면 수입은 오히려 4.5%가 늘어 1월중 무역수지 적자는 월중으로는 사상 최대치인 34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2월들어서도 10일까지 통관기준 수출입차(무역수지)는 이미 15억달러 적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이기간동안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2.7% 절하된 점을 감안하면 결국 원달러화 환율 상승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 원달러화 환율의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과 대외채무 상환부담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1월중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월에 비해 1.3%오른데 비해 수출물가는 0.9% 상승에 그쳤다. 더구나 원자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한 수입상품의 구조상 수입물가에 대한 수입물량의 가격탄력성이 낮아 수입물가의 상승은 곧바로 소비자물가의 상승압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이미 1천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외채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대달러화 원저, 대엔화 원고」현상은 외환당국의 정책선택을 지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외환당국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11일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선물환시장에 개입할 방침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점만 봐도 환율급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한은의 입장을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한은 등 외환당국의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환율상승을 저지하기 위해선 한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개입, 다시 말해 보유외환을 시장에 풀어야하나 경상적자와 대외차입여건의 어려움속에서 3백억달러선으로 줄어든 외환보유고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국제수지의 개선을 위해 물가와 대외채무의 상환부담이 늘더라도 엔저를 상쇄시킬 만큼 원달러화 환율의 가파른 상승을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수지는 포기하더라도 물가억제를 위해 환율을 안정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한은의 정책선택에 있어서 당면한 딜레마다. 최근 무역업계에서는 달러당 거의 8백90∼9백원선이 돼야 엔저에 대응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어차피 엔·달러화 환율은 국내에서 개입할 수 없는 외생변수인 만큼 가파른 엔저에 대응해 한은이 원·달러화 환율에 대해 어떤 쪽으로든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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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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