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곡동 사저 특검법 수용이 순리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내곡동 사저 특검법' 수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모양이다. 18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심의를 보류함에 따라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지 아니면 수용할지 여부는 법정시한인 오는 21일로 미뤄지게 됐다. 이 대통령은 "2∼3일 정도 시간이 있으니 더 숙고의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자신과 가족이 관련된 사안일수록 대통령은 용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결정을 늦춘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이 달라지지도, 법리적 논란이 해소되지도 않는다. 사저신축을 둘러싼 국민의 의혹을 하루 속히 씻어내야 한다.


이번 특검법은 검찰의 부실수사가 자초했다. 검찰은 지난 6월 대통령 아들인 시형씨와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관련자 7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해 봐주기 수사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과 가족이 관련된 사건을 검찰에게 맡긴 것이 애초부터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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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이번 특검법은 사실상 고발인이자 특정 정당인 민주당이 특별검사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함으로써 공정성 논란을 내포하고 있다. 청와대는 위헌 요소를 들어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사저건립이 추진됐던 과정, 최고권력층의 문제라는 민감성, 국회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 등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제기하는 공정성 우려가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담보할 만큼 커 보이지는 않는다.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이 사실상의 피고발인이 된 사태는 안타깝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일어날 국회의 반발과 국민의 반감을 수습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남용이라는 비판에 사저 의혹은 더 커질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의 관계단절로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국가운영이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도 우리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번에 특검이 무산되더라도 정권의 향배와 상관없이 다음 정권에서 다시 추진될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떳떳하고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특별검사를 야당이든 시민단체든 누가 추천해도 상관없이 정면 돌파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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