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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대 미술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젊은 작가들의 특별한 두 전시가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가들은 현대 미술이 갖고 있는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컨템포러리 아트'라는 틀에 갇혀 미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하며 실험성 짙은 작품을 내놓았다.
두산갤러리가 오는 29일까지 선보이는 '다음 세대(The Next Generation)'전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사이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이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갖고 접근한다. 전소정은 예술과 삶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전제 하에 예술과 삶의 간극 사이에 숨어 있는 연속성을 연극적 기법으로 보여준다. 이완은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펼쳐 보이기 위해 오브제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속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장보윤은 누군가의 평범한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작가의 상상력을 스토리텔링으로 연결시켜 예술과 일상의 만남을 시도한다. 백정기는 자아 탐구와 예술 창작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펼쳐 보이며, 차재민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세련된 정서와 은유적 영상 언어, 그리고 드로잉으로 표현해 현상 이면에 놓인 본질을 곱씹게 만든다.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작가들이 작업 결과물로서의 작품 자체보다 제작 과정과 맥락 속에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담아낸다. 기존의 어법을 전복시키거나 전용 혹은 전위시키는 방식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경직성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화익갤러리에서는 오는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안두진의 개인전 '오르트구름'전을 연다. 안두진은 자신만의 조형 이론인 '이마쿼크'를 통해 기존 현대 미술의 문법에 정면 도전장을 낸다. '이마쿼크'는 '이미지'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쿼크'를 합성한 용어로, 미술이라는 장르도 물질처럼 최소한의 단위로 나뉘어질 수 있다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안두진 작가는 "세상의 모든 물질이 그 최소 단위인 원소의 배열과 구조로 탄생하듯 미술 역시 시각 영역의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의 운용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장르와 이미지를 새로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전시 제목인 '오르트구름(Oort cloud)' 은 천문학적 용어로 태양을 중심으로 중력이 미치는 구형태의 공간에 무수히 많은 먼지와 얼음조각을 나타내는 가설이다.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최대한의 영역'을 일컫는 상상의 공간으로, 작가의 주제 의식을 대변하고 있다. 작가는 점과 같은 터치, 선을 긋는 터치, 면을 만드는 터치 등 이 세 가지 행위가 쌓기를 통해 패턴을 구성하고 레이어(층)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추상화 같은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