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45년 이어온 노부부의 카페 운영 철학

■ 카페를 100년간 이어가기 위해(타구치 마모루 지음, 황소자리 펴냄)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을 타고 미나미센주 역에 내려 걷다 보면 소시민들의 동네 야마타니에 닿는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간이 숙박 시설이 늘어선 이 마을에 4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온 '카페 바흐'가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서 뭇 사람들에게 달콤쌉싸름한 커피 향을 선물하는 이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일흔의 노부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풍요로운 관계'를 목표로 삼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노부부는 이재민과 불우이웃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장애우들을 위한 복지카페를 세우는 일에 열의를 다한다. 사람 간의 온기를 잇고 지역 공동체를 따뜻하게 가꾸는 일이 카페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45년 간 이어져온 노부부의 이 같은 신념과 아름다우면서도 효과적인 운영 덕택에 '카페 바흐'는 현재 90여 곳이 넘는 그룹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30년 넘게 일해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한 사람은 54세라는 늦은 나이에 노부부의 배려로 커피 세계에 입문했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다른 누군가는 노부부의 북돋음으로 카페를 개업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도 했다. 각기 다른 아픔을 지녔지만 노부부의 북돋음과 배려를 지지대 삼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짤막한 수기는 적잖은 조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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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이기도 한 노부부는 인테리어에 치중하라거나 카페 창업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비법을 전수하지는 않는다. 대신 각박한 도시 환경에서 카페가 해야 할 역할과 커피 내리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만이 아는 희열을 진중한 목소리로 전한다. 1만 3,8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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