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3대 현안 돌파구 찾아라"

① 확산되는 글로벌 견제 ② 새로운 히트상품 부재 ③ 정부 압박·갈등도 고민<br>우호적이던 해외업체들까지 특허소송 등 동시다발 공세<br>미래 캐시카우 안보이고 정부 '대기업 역할론'도 부담<br>삼성, 연일 위기의식 불어넣어 LG·포스코 등도 해법 고심



재계가 해외 경쟁업체의 동시다발적인 견제와 실적부진, 정부와의 갈등 등 3대 악재 속에서 돌파구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은 요즘 임직원들에게 한시라도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위기론'이 거론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최근 풀어야 될 세 가지 현안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서초 삼성사옥으로 정기 출근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사장단과 오찬을 갖는 것도 세 가지 이슈에 대한 묘안찾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들 현안은 삼성은 물론 재계가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해법찾기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들이 해결해야 될 첫 번째 과제는 거세지는 해외 경쟁업체들의 공세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것이다. 삼성은 월풀이 자국 정부에 삼성전자 냉장고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하고 애플이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은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을 삼성에서 대만 등 다른 업체로 옮기려 하고 있다. 애플 외에도 삼성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던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 견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해외 경쟁업체들은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칼날을 겨누고 있지만 당사자인 삼성 입장에서는 이것이 한데 모여 전방위 압박이 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한두 개 업체에서 시작된 삼성 견제가 다른 기업으로 퍼지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심한 견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미국 상무부로부터 냉장고 반덤핑 조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ㆍLCD 분야에서 일본과 대만, 대만과 중국 업체들이 각각 손을 잡은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실적부진도 대기업 수뇌부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이익을 내며 해외 경쟁기업들을 따돌렸다. 그룹 매출이 200조원을 넘었고 당기순이익도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질주는 올 1ㆍ4분기에 제동이 걸렸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놓고 봐도 반도체 외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ㆍ4분기에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적부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새로운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LED TV처럼 뭔가 실적을 끌어올릴 이른바 '히트 상품'을 찾기가 힘들어서다. 최대 실적을 거둔 후 이를 이끌 차기 상품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도 1ㆍ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되면 실적개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포스코도 1ㆍ4분기 원료가격이 급등한 반면 제품가격 인상은 지연되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대형 건설사들 역시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중동 지역 정세불안으로 1ㆍ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재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날카로운 시각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다 보니 이래저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하나 같이 입만 열면 '대기업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요구하는 대기업 역할론이 대기업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있다.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이슈인데도 대기업이 하지 않아서 안 되는 것처럼 비쳐져 대기업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런 게 아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물가안정과 동반성장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대기업들의 애로도 커지고 있다. 당장 정유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기름 값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했고 액화석유가스(LPG) 업계는 지난달 30일 5월 가격인상 방침을 발표했다가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 중인 초과이익공유제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에 대한 대기업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강해지는 해외 기업들의 공세와 실적을 개선할 뚜렷한 모멘텀 부재, 정부와의 관계설정 등 공통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이 어려울 때마다 현안들을 잘 풀어왔지만 이번에는 여러 어려움이 한데 겹쳐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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