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월가 내부자거래 수사 확대… '위법 범위' 논란도 가열

전화도청 증거인정에 수사 활발 검찰도 "뿌리 뽑을때까지 진행"<br>"시장 흐리는 '정보 절도' 행위 처벌 수위 더 높여야" 주장에<br>"불법 범위 지나치게 자의적 정보 유통 제한" 우려 목소리도


월가의 내부자거래 수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검찰, 연방수사국(FBI),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공동으로 수사를 진행한지 16개월이 지났고 현재까지 46명이 기소됐지만, 수사가 언제 종결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대형헤지펀드인 SAC캐피탈의 전직 매니저 2명을 포함한 4명의 펀드매니저가 체포됐다. 이들은 AMD 등 기술기업들의 내부정보를 활용해 거래하면서 3,000만달러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검찰은 월스트리트에 내부자거래가 만연해 있다며 이를 뿌리 뽑을 때까지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진행과는 별도로 과연 기업내부의 정보를 활용하는 내부자거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법적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반대로 내부자 거래는 '정보의 절도'라며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전화도청 증거인정에 수사 급진전= 당국의 수사는 지난 2009년 가을 월가의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억만장자인 갤리온 펀드의 설립자 라즈 라자라트남과 그의 동료들을 내부자거를 통해 수천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로 체포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사건으로만 20여명이 기소됐다. 이후 수사는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투자은행(IB), 전문가네트워크(expert network)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다이아몬드백 캐피탈 등 3개 헤지펀드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3년여의 추적 끝에 헤지펀드와 기업내부자들의 정보교류를 주선한 프라이머리 글로벌 리서치의 임원이 체포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프라이머리 글로벌의 고객들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정보를 제공받는 대신 계열 증권사에 거래 주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골드만삭스, 프루덴셜의 자회사인 자나파트너스, UBS파이낸셜서비스, 도이체방크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방법원이 라자라트남의 재판에서 전화도청 내용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정하면서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전화도청의 증거인정은 통상적으로 마약거래 등 중대범죄에만 국한됐던 점에 비춰, 이번 증거인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은밀한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내부자거래의 특성상 수사뿐 아니라 증거를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전화도청의 활용은 수사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오는 3월 재판이 재개되는 라자라트남도 이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 체포된 4명도 전화도청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0여 개의 헤지펀드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프리트 바라라 맨해튼 검찰총장은 "월가에 불법거래가 만연해있다"며 "개인비리 차원이 아니라 부패한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라며 헤지펀드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할 것임을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수사당국은 특정종목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을 활용해 꼬리를 남기지 않는 내부자거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정기업에 대한 내부정보를 취득한 후 이 종목이 포함된 ETF를 거래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내부자 거래 위법성 범위 논란 = 검찰은 만연하는 내부자거래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내부자거래의 범위가 너무 자의적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볼멘소리다. 현재 미국 법에서는 내부자(insider)는 해당기업체의 간부, 직원과 10%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 등 기업내부자(corporate insider)뿐 아니라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파는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즉 친구로 다니는 회사의 정보를 얻어 주식을 사고 팔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 또한 내부자거래라는 것이다. 내부자거래의 경우 형사조치와 더불어 2004년부터 부당이익에 대한 최고 3배의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 내부자 거래의 불법 범위가 너무 지나치게 광범위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부자 거래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것으로 내부자에게는 일종의 성과보수의 역할을 하고 기업가치의 혁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허용론자들의 주장이다. 헨리 메인 조지메이슨 로스쿨 명예교수는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왜 이렇게 회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내부자거래에 연루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는 SEC가 내부자들에게 정보를 활용해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잔뜩 겁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자거래 단속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내부자들이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며 내부자거래가 활성화됐다면 엔론이나 월드콤 같은 대형사기사건도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부자거래 옹호주장은 여전히 소수고 다수는 정보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범법행위로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다. 즉 내부자거래는 정보의 절도행위(theft of information)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기소하고 있는 맨해튼 검찰총장인 프리트 바라라도 대표적인 내부자거래 규제주의자이다. SEC와 법원은 정보접근 평등권을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 미공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에 대해 '공시 아니면 거래 단념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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