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리1호기, 해안방벽 전체높이 7.5m 불과… "대형 쓰나미 대비 보강 검토"

정부는 6일 고리원전1호기에 대한 정밀점검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재가동을 승인했다. 고리원전 모습. 서울경제DB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216번지.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1978년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1호기를 비롯해 총 4기의 원전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산 넘어 경남 울주군 서생면에는 신고리1호기가 지난 2월 말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3기의 원전이 새로 지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량의 19%(고리1~4호기 기준)를 생산하고 있는데, 신고리4호기가 완공되면 그 비중이 32%까지 올라간다. 이곳을‘한국 원자력발전의 메카’로 부르는 이유다.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고리1발전소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설계 수명 30년을 넘겨 계속 운전 중이던 1호기가 지난 달 12일 전력선 차단기가 고장 나면서 20일 이상 가동이 중단됐다. 직원들은 6일 발표되는 정밀 안전진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재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21기 모든 원전들이 정밀 안전점검을 받고 있던 차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이 사고로 멈춰서자 안전성 논란이 한층 가열됐다. 노후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급기야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달 20일 “추가 안전진단을 받은 뒤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원자력 규제 당국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고리1호기는 40명이 넘는 인원으로 구성된 점검단으로부터 1주일 이상 강도 높은 안전점검을 받았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가 계속운전을 위해 기존 설비를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했기 때문에 추가 운영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형 지진해일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리1ㆍ2호기는 부지높이(5.8m)와 해안방벽(1.7m)을 합해 7.5m에 불과하다. 10~12m인 울진ㆍ영광ㆍ월성에 비해 훨씬 낮다. 실제로 현장에서 살펴 본 고리원전의 해안방벽은 일반 가정집 담벼락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 정영익 고리발전본부장은 “이곳의 예상 최고 해일 높이가 0.3m 정도고 최고 해수위를 기준으로 해도 조금 여유가 있지만 만일을 대비해 방벽을 좀 더 높게 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ㆍ쓰나미로 비상디젤발전기가 물에 잠겨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고리원전도 전기가 끊길 경우에 대비해 2,920kW의 출력을 내는 두 대의 비상디젤발전기를 두고 있는데 모두 1층에 있어 대형 쓰나미가 닥칠 경우 침수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날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설치한 대체교류디젤발전기(AAC)도 1층에 있었다. 문병위 고리1발전소장은 “원전들이 대부분 바닷가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그동안 해수가 원전 내로 밀려들어오는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발전기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출입문에 방수처리(sealing)를 해서 쓰나미에 대비할 계획이며 이 같은 추가 조치가 이뤄지면 안전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동식 발전 차량을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되고 있는 총 443기의 원전 가운데 186기가 설계 수명을 넘겨 계속운전되고 있을 정도로 원전 수명 연장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경우 설계수명이 고리1호기 보다 10년이 긴 40년을 넘긴 키와니원전에 대해 올 초 20년간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고리1호기에 이어 내년 말 월성1호기의 설계 수명이 끝난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해 지난 2009년 말 교육과학기술부에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했고,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현택 한수원 발전본부장은 “월성1호기도 고리1호기와 마찬가지로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설비를 보강했기 때문에 계속운전을 위한 기술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원전 수용성이 예년에 비해 낮아졌을 수 있기 때문에 설명회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도“일본 원전 사고를 보면서 국내 원전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그래서 고리1호기의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지난 2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했고, 정부의 정밀 점검 결과에 따른 실행 계획이 나오면 적극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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