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토요 Watch] 달빛 벗 삼아 오늘 밤도 나는 달린다

■ 미드나이트 워킹족이 뜬다<br>한적한 한강·남산공원서 마음껏 뛰고 땀 흘리고… 하루를 돌아보며 마무리<br>스포츠·아웃도어업계도 야간용 워킹화·재킷 등 기능성 제품 잇따라 내놔


서울 소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박모씨는 남들이 곤히 잠든 밤 시간이 자신에게는 아웃도어 활동시간이다. 박씨는 지난해에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방학을 틈타 다른 학생들 4~5명과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서울 곳곳을 누볐다. 신촌에서 종로로 다시 남산으로, 한강공원을 따라 다시 신촌에 복귀하는 이들의 야밤 트레킹은 아침 해가 떠오를 때쯤 마무리됐다. "차를 타고 수없이 지나다닌 길이지만 고생스럽게 걸어가본 서울의 그 땅에는 왠지 정감이 갔다"며 박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박씨는 특히 "아침운동이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한다는 느낌이라면 밤에는 그날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돼 좋다"며 낮이 아닌 밤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집 근처 한강공원에 나가 8㎞가량 뛴다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도 "낮에 달리면 자전거도 많고 사람이 많아서 호흡이 자주 끊기는데 밤에는 오롯이 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서모씨 역시 "밤에 적당히 땀을 빼면 잠도 잘 오고 다음날 몸이 훨씬 가뿐해지는 것 같다"며 "운동 끝내고 돌아오면서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며 야간 워킹 예찬론을 펼쳤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일과를 마친 밤에는 '끝냈다'는 안도감과 여유가 찾아오기 때문에 레저활동을 할 때도 낮보다 안정된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밤을 활용해 운동하는 것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힐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처럼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레저활동을 즐기는 일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춥거나 더운 시기가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없이는 '미드나이트 워킹족'이 되려다 오히려 체온 유지에 실패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또한 밤에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반사벨트와 같이 소량의 빛에도 밝게 빛나는 야간전용제품을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이처럼 일과 건강 모두를 꼼꼼히 챙기는 소비층이 늘어나는 분위기를 감지한 스포츠 및 아웃도어업계에서도 '미드나이트 워킹족'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와 이젠벅 등을 전개하는 네파는 3M 재귀반사소재가 적용돼 어둠 속에서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리플렉션 도트 윈드재킷'을 비롯해 빛반사소재와 체온 유지효과가 있는 셀리언트 소재를 함께 활용한 '르레네 셀리언트 팬츠'를 올봄 출시했다. 이젠벅을 통해서는 3M 재귀반사소재와 화려한 형광색을 채택해 어둠 속에서도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러닝화 '레오니'를 소개하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받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주는 것이 장점. 빛이 들어온 방향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재귀반사소재는 어두울 때 조명을 비추면 멀리서도 잘 보이는 특성이 있다.

밀레에서도 밤이 되면 빛을 발하는 특수한 소재를 활용한 '스텔스 라인'을 내놓았다. 나이트 호크 재킷 등 스텔스 라인에 속한 제품들은 낮에는 보이지 않던 3M 반사광이 야간에 선명하게 빛을 발해 야간활동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몽벨은 어두운 밤에도 멀리서 식별이 가능하도록 3M 전반사 테이프를 넣은 배낭 '로니26'을 선보였다. 배낭 하단의 지퍼포켓에는 레인커버도 들어 있어 갑자기 비가 와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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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에서는 어두운 밤에 끈이 풀려 넘어질 가능성을 없앤 BOA 시스템을 적용해 트레일 러닝화 '체로키'를 선보였다. 고어텍스 소재를 채택해 방수기능을 높였으며 신발을 신고 벗을 때 편리하다.

아이더에서 내놓은 '헤드랜턴'은 LED 전구를 적용해 야간 레저활동에서 활용하기 적합한 제품이다. 머리에 착용할 수 있어 휴대가 편리할 뿐 아니라 연속 24시간, 총 50시간 동안 점등할 수 있다.

늦은 오후 또는 밤에 시작하는 마라톤 행사도 줄지어 열린다. 지난해 8월 휴장기간을 활용해 야간 경주로에서 마라톤을 개최했던 한국마사회는 올해 시민들이 마라톤 외에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야간에 활용도가 높은 제품을 출시한 푸마와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밤을 잊고 뛸 수 있는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최근 몇 년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달리기대회를 열어 20대 여성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이키는 5월25일 열리는 올해 대회부터 이름을 종전의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에서 '나이키 쉬 런 서울 7K'로 바꾸고 오후6시부터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에 맞춰 나이키는 보온력을 극대화하면서도 뛰어난 통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스피어 소재를 활용해 야간 레저활동에 적합한 제품들을 소개한다. 나이키 스피어 봄버 재킷과 스피어 하프집 등은 체온 유지기능이 탁월할 뿐 아니라 반사소재가 적용돼 안전성을 더했다.

푸마도 지난해에 이어 올 9월에 '푸마 글로우 런'이라는 이름으로 나이트 레이스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다가오는 여름 시즌에 출시될 모비움 엘리트 러닝화의 '글로우(형광) 버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푸마 측 관계자는 "러닝화의 '글로우 버전'은 밤에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에 따른 소비가 증가하면서 기획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네파도 5월 말께 늦은 오후부터 시작하는 '미드나잇 마라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네파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야간에 활용도가 높은 빛 반사 제품을 선물로 증정하는 등 '미드나잇 마라톤'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윤희수 네파주식회사 마케팅팀장은 "아웃도어 활동을 하고는 싶지만 낮 시간을 바쁘게 보내야 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러닝ㆍ트레킹 등 야간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봄이 다가오면서 야간 레포츠 활동에 필요한 기능성제품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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