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수도권 지역 곳곳에 시간당 30∼100mm의 집중호우가 내려 도로ㆍ주택 등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차량 피해도 속출했다. 침수 피해를 입은 가족들, 추석 특수의 끝물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날벼락’을 맞아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현재 서울 259.5mm, 부천 241.5㎜, 하남 263.5㎜, 광명 234㎜, 구리 221.5㎜, 양평 216㎜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서울은 강서ㆍ강남 293mm, 마포 280.5mm, 서대문ㆍ송파 275.5mm, 강동 274.5mm 등 대부분 지역에서 30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강서ㆍ양천ㆍ서대문ㆍ마포 등에서는 오후 들어 시간당 70∼100mm의 아주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다. 서울의 9월 강수량은 1984년 9월1일(268.2mm)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기압골이 한반도 상층 지나면서 비구름대 발달
기상청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수증기가 부딪히는 수렴대가 인천 앞바다에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 상층으로 기압골이 지나면서 하층의 수증기를 끌어올려 비구름대가 상하로 크게 발달했다. 또 동서 방향의 띠 모양 비구름대가 느린 속도로 동쪽으로 이동해 서울ㆍ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당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30∼80mm 정도의 강수량을 예상했었다.
이같은 집중호우로 저지대 및 상습침수지역인 서울 화곡 1ㆍ7동과 신월 1ㆍ2동, 서교동ㆍ아현동 일대 1,800가구와 인천시 부평ㆍ계양ㆍ서구 등 1,150가구, 경기 부천 320가구 등 3,200여 가구와 공장 55동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에서도 세곡동 등 상습 침수지역뿐 아니라 삼성동ㆍ논현동 등 전 지역에서 주택가 인근 하수도가 막히거나 역류하면서 다세대 주택 지하방 등이 집중적인 피해를 봤다.
또 동작구 흑석동 야산에서 사찰 임시 건물이 무너졌고,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후문 와룡공원 내 산책로가 붕괴하거나 뒤틀렸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오후 4시40분께 낙뢰로 변압기가 고장나 시장 전체가 정전됐다가 오후 6시께 일부 복구됐다.
◇일부 구간 운행중단됐던 지하철 정상화
경기도에서는 부천 고강동 일원 주택ㆍ상가ㆍ공장 등 270건, 고양 토당동 14건, 김포 운양동 28건, 하남 초이동 58건, 구리시 수택동 135건, 광명시 철산동 152건 등 657여건의 침수피해가 접수됐다. 주택이 침수되면서 광명 152가구, 구리 50가구, 부천 13가구 등 215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해 인근 학교ㆍ교회 4곳으로 대피했다.
시간당 86㎜의 폭우가 3시간 가량 쏟아진 부천시 오정구에서는 3대의 배수펌프 마저 고장나 저지대 주택과 반지하 등 160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부천지역에는 이날 평균 237㎜의 폭우가 내려 246가구가 침수됐다.
지하철 4호선 서울역∼사당, 1호선 구로∼인천 구간, 2호선 홍대입구역은 침수로 전동차 운행이 한동안 중단되거나 무정차 통과했다.
1호선 구로~인천 구간은 이날 오후 3시50분 오류동~온수 사이 선로가 침수돼 양방향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오후 6시32분 통행이 재개됐다. 4호선 서울역~사당 구간은 신용산역에서 물이 유입돼 오후 4시30분부터 전동차의 양 방향 운행이 완전히 중단됐다가 복구 작업 끝에 오후 8시20분 정상을 되찾았다.
홍대입구역은 인천공항철도 연결통로 공사장에서 물이 들어온 탓에 오후 2시43분부터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했으나 오후 8시50분 복구 작업을 마쳤다. 3호선 대치역은 오후 5시50분~6시15분까지 대합실에 물이 차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고, 5호선 광화문역 지하보도도 한때 물이 발목까지 차는 바람에 전경들이 지하철역 출입을 막았으나 열차 운행에는 차질이 없었다.
◇‘서울의 상징’ 광화문사거리의 굴욕
시내 곳곳 도로에도 빗물이 넘쳐 교통 통제가 잇따랐다. 서울에서만 잠수교, 상암ㆍ연희ㆍ현충원 지하차도, 감사원길, 철산교 밑, 한남고가도로, 화곡로 강서구청사거리 부근, 외발산사거리, 잠원로 잠원토끼굴~미성아파트, 잠실대교 남단 올림픽대로 진입로, 천호대로 상일사거리~외곽순환로, 두무개길 한남~옥수역, 내부순환로 홍제 하향램프, 서울숲지하차도 성동뚝방길, 한강로 삼각지사거리 등 20여곳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강남 신논현역사거리~강남역사거리, 테헤란로 삼성역 도로도 침수돼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서울을 대표하는 광화문사거리 일대도 오후 3~4시께 흙탕물로 가득찬 호수를 연상케 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은 하수도가 역류해 도로 위로 흙탕물을 콸콸 쏟아냈다. 지하철 광화문역은 침수 피해가 심해 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입구를 봉쇄했다. 광화문사거리 인도쪽 3~4개 차로는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이 아예 불가능해졌고, 지대가 낮은 일부 도로 구간은 차량 바퀴가 완전히 물속에 잠길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정부 “침수피해 가구에 재난지원금 즉시 지급”
과천 양재방향 광창나들목(IC) 지하차도, 인천시 서구 북항고가와 남동 서창지하차도, 서울외곽순환도로 부천나들목(IC) 인근 6번 국도, 경인고속도로 부천IC 주변 도로와 부천∼서울 강서 사이 오정대로 지하차도, 남양주 6번 국도 팔당터널 서울방향, 고양시 국방대학원 앞 등 수도권 주요 도로도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특히 경인고속도로 부천IC 주변 빗물을 굴포천으로 퍼내는 배수펌프 3대(총용량 분당 60t)가 가동 중 고장나 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 지역의 집중 호우로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서울ㆍ인천ㆍ경기 피해 지역에 근무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 침수 피해를 본 가구에 재난지원금(침수 100만원, 주택 반파 450만원, 완파 900만원 등)을 즉시 지급하도록 서울시ㆍ경기도ㆍ인천시에 시달했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서 비 피해를 확인하면 계좌 이체 등을 통해 즉시 지급한다. 재난지원금은 지방자치단체 예비비 등에서 집행돼 지원액은 지자체마다 다를 수 있다. 통상적으로는 재난조사 ㆍ복구 계획이 수립된 뒤 지급됐다.
한편 북한강 수계 상류지역에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팔당댐은 초당 8,430t을 하류로 흘려보내며 수위 조절에 나섰고 청평댐도 890t을 방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