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올해 안에 유가증권시장의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을 개선하기로 한 것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한계기업을 정리함으로써 증시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코스닥시장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엄격한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이 적용되는 반면 유가증권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따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유가증권시장은 상장폐지실질심사의 사각지대=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해 2월 이후 이달 8일까지 총 63개 업체가 상장폐지실질심사를 받았다. 그 결과 총 20개 회사가 상장폐지됐고 3개 업체는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를 마쳤다. 코스닥시장과 달리 유가증권시장은 사각지대다.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한은박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이 코스닥시장과 비교해 지나치게 느슨하기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횡령ㆍ배임 사실을 공시한 업체에 대해 공시가 이뤄지자마자 곧바로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되지만 유가증권시장은 횡령ㆍ배임금액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해당 업체가 자본전액잠식 상태에 빠져야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의 옵티머스는 지난해 2월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임직원의 횡령ㆍ배임 사실을 공시했지만 상장폐지실질심사를 받지 않았다. 이 밖에 코스닥시장에서는 ▦가장납입 및 현물출자 과대평가 등을 통해 상장폐지 요건을 해소한 업체 ▦임의 및 일시적 매출로 상장폐지 요건을 해소한 업체 ▦자구이행을 통해 상장폐지 요건을 벗어난 업체도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되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업체만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코스닥시장 규정 참고해 개선안 마련=거래소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유가증권시장의 상장폐지실질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을 참고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임직원 횡령ㆍ배임과 관련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횡령ㆍ배임이 발생하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정 금액'의 수준을 놓고 거래소 내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의 경우에도 코스닥시장과 마찬가지로 ▦증권선물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조치 등을 받은 업체가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상장폐지요건 회피와 관련해서는 현재 규정상 유상증자를 통한 상장폐지 요건 회피만 실질심사 대상이지만 감자, 출자전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상장폐지 요건 회피도 실질심사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코스닥시장의 규정을 유가증권시장에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