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힘 받던 FTA에도 다시 신중론

■한·중 '해경 피살'로 외교갈등 조짐<br>최대 교역국 빌미 삼아 부당한 외교대응 일쑤 국민 반감·경계심 커져<br>中 전향적 변화 안보이면 7년간 진전없는 韓·日처럼 당분간 표류 가능성 커

불법조업을 한 중국 어선의 선장이 해경을 살해한 사건으로 한중 관계가 냉랭해 질 조짐을 보이자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으로 힘을 받던 한중FTA 협상 출범도 신중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이 밀접해진 경제관계를 무기 삼아 부당한 외교적 대응을 일삼는 데 국민적 거부감과 경계심이 커진 탓이다. 그러면서도 500억달러에 달하는 자본을 중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은 한중 관계가 이번 충돌로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한미FTA가 비준 작업을 마치고 내년 초 발효를 향해 치닫자 중국의 FTA 구애는 최근 더욱 적극성을 띠어 왔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적극 나서 정부는 연내 중국과 FTA 협상 출범을 선언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미FTA 선비준에 밀려 한중FTA가 연기됐지만 한미FTA 비준 이후 다시 힘을 받는 형국이었다. 한중FTA는 미국이 2006년 2월 우리와 FTA 협상 출범을 고리로 한미관계를 강화하려 하자 중국이 대응 차원에서 꺼낸 카드지만 정부는 시간을 끌며 속도조절을 해왔다. 1992년 수교 이후 중국과 지리적 이점으로 경제관계가 급속히 확장되면서'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을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입 상대국으로 올 들어 10월까지 대중 수출은 전체의 약 4분의 1인 1,113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수입도 720억8,500만달러로 전체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중국은 경제적으로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FTA로 무역장벽까지 사라지면 경제적 종속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중FTA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국내 농수산업과 중소기업 문제의 민감성을 들어 2007년 막이 오른 한중FTA 산관학 공동연구의 결론을 지난해까지 미루며 중국측과 샅바싸움을 치열하게 해왔다. 하지만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 움직임에 자극 받은 중국 지도부가 전격적으로 우리측 요구사항을 수용할 뜻을 밝히며 FTA 출범에 힘을 싣자 우리측도 더 이상 뿌리치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미FTA가 발효된 후 내년 상반기께 중국과 FTA 협상 출범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불법조업 중국 어선의 무법적 행태가 노골화되자 한중FTA의 우려했던 위험이 터졌다는 반응이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중국이나 일본과의 FTA는 다른나라와 달리 영토 문제나 남북관계 등 정치적 민감성까지 고려돼 추진 계획을 마련해왔다"며"중국의 무성의한 태도로 국민적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FTA를 추진하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중 마늘파동처럼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이 우월적 힘을 앞세워 정치·외교적 사안에 일방통행을 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란 걱정도 한중FTA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무역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우리나라의 최대 경제파트너인 중국과의 FTA는 경제적영향이 어떤 FTA보다 클 수 밖에 없다"며"중국이 FTA체결을 위해 전향적 자세로 양국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7년 동안 표류하고 있는 한일FTA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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