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미세먼지


꼭 61년 전인 1952년 12월4일 영국 런던. 맑던 하늘을 안개가 가렸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난방용 석탄 사용이 늘어나며 도시 전체가 콜록거렸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은 닷새 동안 런던을 휘감았던 스모그로 시민 915명이 죽었다. 이듬해까지 여름까지 모두 1만2,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스모그는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경종을 울렸다.


△미국에서도 중서부의 대평원 지역이 1932년부터 5년 동안 먼지 폭풍에 휩싸이는 '더스트볼(dust bowl)'현상이 일어났다. 이재민 250만명을 발생시킨 더스트볼의 원인은 개간. 트랙터가 평원을 갈아엎고 농작물을 심은 결과 소출이 늘었으나 땅은 자연의 지력을 잃었다. 먼지 폭풍은 사막화하는 대평원에 풀과 나무를 심은 후에야 사라졌다. 런던 스모그와 더스트볼에는 개발로 황폐해진 자연의 복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의 경고에도 재난을 잊어버리는 인간의 무감각에 지구촌은 위험지대로 바뀌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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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중국발 로 신음하고 있다. 석탄을 주로 쓰는 중국의 난방 철이 돌아오면서 황해를 넘어 날아온 에 서울 시내가 흐리다.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초는 얼마나 유입됐는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서울시 사망자의 8%가 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소리도 형체도 없는 살인자, 를 피할 길은 정녕 없을까. 불행하게도 그렇다. 공업화하는 중국이 이웃인 이상 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봄의 황사와 겨울철 는 우리 민족의 숙명이다. 삼국사기부터 조선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황사 기록이 무수히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대책을 내놓고 2015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공기를 정화한다는 목표를 잡았으나 예상을 크게 넘는 중국발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대안은 사막화 방지와 연료 개선을 위한 국제공조뿐이다. 겨울의 초입인데도 첫눈의 설렘은커녕 나다니기조차 힘든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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