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23일] 뉴타운 '소모적 논쟁' 끝내자?

말을 먹이고 쉬어 가던 서울의 끝자락 말죽거리가 1년 새 3.3㎡당 100원에서 2,000~3,000원으로 급등하던 시절, 부동산은 ‘인생역전’을 실현시켜주던 ‘70년대식 로또’였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절대 불패”한다는 ‘학습효과’가 시작됐던 것도 이때부터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바이블’처럼 믿고 살던 한국인들은 시대별로 ‘강남복음’과 ‘재건축복음’을 차례로 신봉하며 재산증식 대열에 열성적으로 합류했다. 최근에 이 ‘바이블’에 새롭게 추가된 복음이 있으니 다름 아닌 ‘(4차)뉴타운 복음’이다.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선 이후 정치권의 날 선 공방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자”고 말했다. “4차 뉴타운 추가 지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쐐기를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싶은’ 오 시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거주자들은 뉴타운과 관련된 학습효과를 기억하며 콧방귀를 뀌고 있는 상황. 도봉구 창동의 한 거주자는 “지난 2002년에도 서울시 측이 용산구 일대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이듬해 한남 뉴타운으로 지정한 ‘선례’가 있다”며 “여기 주민들은 머지않아 4차 뉴타운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분석을 내놓는 시각도 있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거주자는 “연임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오던 오 시장이 재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임기 내에 4차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4차 뉴타운과 관련된 일련의 단상을 지켜보며 드는 아쉬운 생각 한 가지. 4차 뉴타운 공방과 관련한 진의는 차치하더라도 오 시장이 총선 전에 적극적으로 뉴타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더라면 굳이 현재와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도, 정치권과의 ‘소모적인 논쟁’도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 시장의 정치적인 ‘주판알 튕기기’가 되레 부메랑이 돼 ‘운신의 폭’을 옥죄어오는 현 상황도 오 시장 스스로에게는 딜레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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