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함께 가는 길-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녹명(鹿鳴)은 사슴의 울음소리라는 뜻이다. 동물은 먹이를 찾으면 대부분 몰래 숨어서 먹는다. 하지만 사슴은 들판에서 맛있는 풀을 찾게 되면 청아한 목소리로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는다고 한다. 그러고는 맹수의 위협에 함께 대처한다. 녹명은 공생의 지혜를 뜻한다. 미물이지만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시경(詩經)'에는 사슴 무리가 울음소리를 내며 풀을 함께 뜯어 먹는 광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하는 대목도 나온다.

저성장과 저금리·저투자·저물가 등 이른바 '신 4저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생과 나눔' 경영은 더욱 아쉬워지고 또 아름답다.


상생이란 말 그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이면서 배려다. 기업 측면에서 상생은 20~30년 뒤,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경영 전략의 한 축이다. 예컨대 동반성장이라는 말은 정글과도 같은 경쟁에서 상대방과 협력하면서 함께 성장하자는 얘기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동반성장하는 세상.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기업의 참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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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업종과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동반성장을 이야기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새삼스럽게 이 말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을 통한 상생이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이것이 2·3차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 및 지속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상생 전략은 소통이 우선돼야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투자와 지원에도 협력업체가 당장 목말라하는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만 초래할 수도 있다.

총 23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우리 회사는 수백만 개의 첨단부품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돼야만 안전하게 전기를 생산한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에 힘쓰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이 치열한 환경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만큼 개발비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국제전시회, 해외 세미나 등에 참가하는 등 수출 시장 판로 개척에도 주력하고 있다. '손톱 밑 가시' 과제도 발굴해 가시 뽑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협력업체에서 구매한 양질의 기자재로 더욱 안전한 원전을 운영함으로써 진정한 상생과 동반성장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상생의 길을 걷다 보면 기술 발전을 통해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지고 체질이 개선돼 경제 펀더멘털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눠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동반성장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지금 우리가 겪는 위기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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