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베트남 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했던 회사원 이모씨(37)는 요즘 속 쓰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주식형 펀드라는 상품에 가입한 동료들이 '내 펀드는 오늘 수익률이 얼마 올랐어'라는 얘기를 들을 때 마다 "남들은 펀드로 돈을 버는 데 나는 잃은 원금을 언제 찾나…"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특히 가입한 베트남 펀드가 운영기간 연장이 불가한 단위형 펀드여서 펀드 청산 기간이 다가올수록 이씨의 안타까움은 더 커지고 있다. 이씨는 "당시에는 이머징펀드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유일하게 있었떤 베트남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렇게 원금 회복이 힘들 줄 몰랐다"며 "글로벌 주식형펀드와 같은 상품이 진작 나왔으면 이처럼 큰 손해를 보며 가슴앓이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외 증시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어둠이 짙더라도 어딘가에는 빛이 있는 법. 투자에 어려운 시기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위험을 피하면서 나름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가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이머징마켓까지 다양한 곳에 투자를 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유럽 위기라는 먹구름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특정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는 올해에만 8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여러 해외펀드에 돈을 넣고 싶은데 정보는 없고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투자자들. 해외펀드 투자를 통해 리스크는 줄이고 초과 수익을 내고 싶은 투자자들. 지금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주목해보자.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선뜻 국내펀드에 돈을 묻어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펀드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은 물론 이머징 국가마저 언제 유럽재정위기로 휘청거릴지 모르는 데다 국내와 달리 현지 정보에 접근하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펀드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06~2008년 중국, 베트남, 일본 펀드에 몰빵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봤던 경험이 있던 터라 어느 한 국가에 집중 투자하기가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주식형 펀드가 이러한 난국을 헤쳐나갈 길잡이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대상을 한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선진국ㆍ이머징 국가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전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업에 두루두루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고 초과수익을 달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최대 장점으로 리스크 분산 효과를 꼽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은경 연구원은 "하나의 해외펀드에 집중 투자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주식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고스란히 손실을 떠 안아야 한다"며 "하지만 글로벌주식형 펀드는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국가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해외펀드 투자를 고심하는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펀드로 자산배분을 하려는 투자자들의 경우 해외펀드에 따로따로 분산 투자하는 것 보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할 때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펀드, 북미펀드, 유럽펀드, 아시아신흥국 펀드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짜게 되면 각각의 펀드에 대해 최소 0.2%의 운용보수를 지불해야 하지만 글로벌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하나의 펀드에 대한 운용보수만 지불하면 된다.
실제로 이러한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최근 해외주식형 펀드 중에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로만 유일하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후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2조 715억원이 빠져나갔지만 글로벌주식형으로만 1,188억원이 순유입됐다. 자금 유입도 기복없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 332억원을 시작으로 5월 318억원, 6월 408억원 등 큰 편차없이 자금이 흘러 들어왔다. 중국ㆍ일본ㆍ북미ㆍ유럽ㆍ신흥국 펀드 모두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주식형 펀드의 대표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증권투자신탁1[주식]'다. 이 펀드는 연초 이후 82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출시 5년만에 수탁고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연초 후 수익률도 7.88%로 100억원 이상 설정된 글로벌주식형 펀드중 수익률이 가장 좋다.
이 펀드의 장점은 선진국ㆍ이머징 시장별로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분산 투자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이 펀드의 국가별 투자 비중은 미국 50.87%,영국 8.59%, 중국(홍콩) 6.17%, 독일 6.18%, 스위스 4.41%이며 라스베가스 샌즈(7.13%) 마스터카드(5.86%) 애플(7.78%) 비엠더블유(6.18%), 구글(5.23%)로 종목 비율을 가져가고 있따.
미래에셋자산운용 채널마케팅부문 임덕진 이사는 "이 펀드는 애플과 같이 혁신적인 기술력이나 뛰어난 품질, 그리고 높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며 "전세계 분산투자효과도 높아 투자자들에게 좋은 자산배분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분산 투자 전략을 내세우는 만큼 외국계 운용사들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프랭클린템플턴글로벌증권 투자신탁(A)(주식)'은 미국(40.58%), 영국(16.65%)을 중심으로 프랑스, 홍콩, 독일,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며 보유 업종도 은행ㆍ제약ㆍ통신ㆍ생물공학ㆍ자동차ㆍ백화점ㆍ가정용품등 다양하다.
신한BNP파리바의 '신한BNPP봉쥬르차이나메리카 증권투자신탁제1호[주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펀드는 분산투자 정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인 미국과 중국에 분산 투자하면서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차이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분산투자하며 47.5%를 기준으로 ±10%안에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한다.
이처럼 글로벌 주식형 펀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도 변동성 장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채권형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로는 하나 UBS, 산은운용, 프랭클린템플턴, 알리안츠 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자산운용 6곳 밖에 없지만 브라질 채권 등 외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채권펀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51%로 비슷한 유형의 국내 채권형 펀드(2.02%), 채권혼합형(0.57%), 절대수익추구형(1.19%)의 수익률을 모두 앞지르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미국 등 선진국 국채 뿐만 아니라 리스크는 크지만 수익률이 높은 이머징 국가의 국채에도 적절히 투자해 알파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특정 국가의 펀드에만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운용사들이 정보력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에 두루 투자하는 좋은 펀드들을 출시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주식ㆍ채권 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펀드 수익률 보니 연초 이후 해외주식형 펀드 중 유일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글로벌주식형 펀드는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글로벌주식형 펀드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3.02%로 이는 해외주식형펀드(0.70%)는 물론 국내주식형(-0.84%)수익률을 앞지르는 것이다.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24.25%에 달해 장기 투자처로의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개별펀드로는 글로벌주식형펀드중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자 1[주식]종류A'가 연초 이후 8.70%의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연금전환자 1[주식]'가 8.04%로 그 뒤를 따르고 있고 '교보악사글로벌마켓파워자(H)[주식]ClassAF'와 '프랭클린템플턴글로벌자(A)[주식]'등이 각각 7.75%, 3.81%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주식형 펀드가 전 세계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분산투자하고 있는 만큼 변동성이 덜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주식형펀드는 애플, 구글 등 브랜드파워가 높은 기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유형은 주식형 펀드이지만 다른 해외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