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4월 5일] 금융시장 광기 억제가 위기방지 핵심

저명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저서 '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a History of Financial Crisis)'는 과거에도 금융위기가 수없이 되풀이됐음을 보여준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 데 불과하다. 금융위기가 반복된다면 거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은행은 단기에 자금을 빌려 장기에 대출한다. 은행이 건전하고 시장에 예측하지 못한 불안 요인이 없다면 예금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은행에 머무른다. 그러나 은행에 문제 징후가 보이면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뱅크런'이 발생하고 은행은 파산위험에 빠진다. 하지만 예금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상업은행의 대규모 뱅크런은 없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위기가 촉발된 곳은 전통적 은행이 아닌 투자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이다. 이들은 상업은행이 아니므로 예금을 받을 수 없다. 자금의 상당 부분을 초단기 자금인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의존한다. 투자은행에 자금을 제공하는 주체도 가계가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이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을 제공하지만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신 투자은행이 제공한 자산을 담보로 보유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로 담보가치가 하락하자 기관투자가들은 급격히 자금회수에 나섰다. 결국 투자은행은 뱅크런으로 큰 손실을 입고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은행도 예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단기도매자금(wholesale funding)이 중요한 자금원으로 등장했다. 은행들은 경기가 과열되면서 보다 고수익을 내는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고비용의 도매자금을 끌어들였다. 우리나라 은행에 도매자금을 제공한 중요한 주체는 외국계 은행이다. 그들이 국내로 외자를 들여오는 목적에는 건전한 투자도 있으나 국내외 금리차익 거래 및 환투기를 목적으로 한 단기자금도 적지 않다. 캐리 트레이드 성격의 핫머니가 유입되면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자금이 갑자기 유출되는 이른바 '서든스톱'으로 외환위기를 맞는다는 점이다. 외국 자금도 다른 도매자금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허점을 보일 경우 갑자기 자금이 회수된다. 지난 2008년 우리가 겪었던 위기의 핵심은 외국 자금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은행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대부분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징후는 대개 상당히 오래 전부터 보인다. 미국 주택시장 버블도 이미 2004년부터 과열기미를 나타냈다. 우리가 경험했던 1997~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도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다. 모든 금융위기는 시장의 과열징후가 있고 이것이 광기로 변한 후에도 위기가 발생하기까지 상당 기간의 성숙기를 거친다. 위기의 구조적 문제는 왜 그동안 시장의 광기를 진정시키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으로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투기를 억제하자는 소위 '토빈세(Tobin's tax)'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오는 2013년부터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가 도입된다. 투기적 외환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거래의 수레바퀴가 너무 잘 굴러가지 않도록 약간의 모래(세금)를 뿌리자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시장의 광기를 진정시키고 안정적인 금융거래를 통해 위기재발을 막는 일이다. 이런 관계로 단기 도매자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매자금에 대한 조세 부과는 은행이 보다 안정적인 예금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경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단기 외환거래에 세금을 물어 외국 자본의 변덕스러운 움직임을 억제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위기의 원인은 단기외자 및 도매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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