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5월 3일] 한척에 1조원짜리 선박 만드는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 배 한 척 값이 거의 1조원에 달하는 드릴십을 수주한 것은 ‘블루오션’ 시장개척의 상징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앞날을 내다보는 경영과 연구개발 노력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세계 드릴십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혔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일 스웨덴 스테나사로부터 드릴십 한 척을 9억4,200만달러에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 사상 최고가 선박이다. 3월 6억9,000만달러짜리 드릴십 수주로 자사가 세웠던 최고가 기록을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깬 것이다. 선박 가격 기록도 그렇지만 더 의미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세계 드릴십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여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32척의 드릴십 중 무려 23척을 삼성이 수주했다.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다. 드릴십은 바다에서 원유나 가스를 탐사하고 캐내는 시추설비를 탑재한 배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해수면에서 1만m 아래까지 파내려 가고 높은 파도와 극지방의 혹한에도 견뎌야 하는 초심해ㆍ내빙기술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배 한 척 값이 초대형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의 2~4배에 달하는 데서 보듯 부가가치와 수익성도 높다. 이 회사가 드릴십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한 것은 시장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판단력과 기술개발 노력을 집중시킨 데 따른 것이다. 심해유전 개발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 1980년대 말부터 시들해지기 시작해 1990년대 말에는 발주가 끊겼다. 그러나 삼성은 심해유전 개발이 오래지 않아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고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삼성의 판단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고 지상ㆍ대륙붕 유전의 원유 매장량이 점점 고갈될 상황이 겹치면서 심해유전 개발이 재개됐고 그동안 갈고 닦아온 기술의 위력이 발휘된 것이다. 블루오션 개척은 조선업체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블루오션이 새로운 업종 진출만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삼성중공업의 사례는 블루오션을 꿈꾸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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