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2월 10일] 조선산업, 지금이 기회다

이재민<한국수출입은행선박금융부장>


지난 1월 우리나라 수출은 무려 33%나 감소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ㆍ반도체ㆍ무선통신 등이 50%가량 급감했으니 걱정이 더하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위안으로 남은 게 있으니 바로 선박 수출이다. 1월 중 선박수출은 20% 늘었다. 10대 주력 수출품 중 유일하게 플러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선박은 지난해에도 412억달러 수출로 단일품목으로는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선박 수출은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세계경기 침체로 조선산업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신조선 발주 규모는 전년보다 55% 감소했고 올해는 지난 2008년에 비해 절반가량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이 우리 조선산업의 제2의 도약을 이룰 아주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선박수주 점유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선박수출국으로 등장했지만 기존의 일본과 유럽, 그리고 최근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힘들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조선업은 정부의 막강한 자본력과 저임금 노동력을 무기로 바로 우리 턱 밑까지 따라와 있다. 이런 숨가쁜 경쟁상황이 세계경제 위기로 다소 달라졌다. 기술력에서 한국을 압도하던 유럽 조선소들이 최근 경영악화로 줄줄이 도산하고 일본 조선소는 엔고까지 겹쳐 수주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됐다.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 조선소는 주요 수주선종인 벌크선ㆍ탱커선 등의 운임 급락으로 수주계약이 대량 취소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도 일부 중소 조선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나 많은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기반을 닦아 조선산업 전체는 견실한 편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 조선업은 세계 조선업의 선도체제에서 더 나아가 독주체제를 구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선업계의 기술혁신과 핵심역량 강화 노력이 중요하다.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금융지원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선박을 먼저 개발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한다면 조선업은 오랫동안 우리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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