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삼겹살 할당관세 문제를 놓고 정부와 양돈농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가 다음달 2일부터 돼지고기 출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부는 돼지고기 수급상황이 여전히 불안하다며 할당관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자 간 합의가 이번주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주부터 돼지고기 파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29일 대한양돈협회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돼지고기 수급 전망치 등을 놓고 양돈협회와 농식품부가 모두 한 발짝도 양보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양돈협회는 구제역 파동으로 주춤했던 돼지고기 생산물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며 수입 삼겹살 할당관세(22.5~25%→0%)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성 대한양돈협회 상무는 "2월 돼지 도축도수가 110만두로 구제역 이전 수준까지 물량이 회복됐다"며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 여파가 마무리돼 다음달부터는 공급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의 할당관세 연장으로 농가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돼지고기 국내 공급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올 2월 말까지의 도축도수가 2010년 같은 기간 대비 12.7% 적은 수준이고 오는 9월 이후에나 예년 물량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돼지 사육 마리 수가 2010년 대비 83% 수준으로 4~8월 돼지고기 성수기가 도래하면 소비자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라고 반박했다.
생산비용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돈협회는 현재 돼지고기 생산비(박피기준)가 1㎏당 4,800원인데 도매가격이 4,300원으로 실제 ㎏당 500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한 돼지고기 가격 상ㆍ하한선이 ㎏당 4,300~5,500원인데 하한선에 가까운 가격으로 이미 거래가 되고 있어 할당관세를 적용 받은 수입 삼겹살이 추가로 들어오면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농식품부는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평년보다 15%가량 높고 생산비도 도매가격에 비해 아직까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농가가 손해를 보는 상황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을 겪은 농식품부는 올해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삼겹살의 가격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농식품부와 양돈협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다음주부터 돼지고기 파동이 현실화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국 양돈농가 가운데 양돈협회에 등록된 농가는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돈협회 측은 "전국 도축장 관련 협회 등에도 돼지고기 출하 중단에 협조해줄 것으로 요청했다"며 "정부가 할당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