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2년전 발생한 화재의 진실은

■ 레드 (김유철 지음, 황금가지 펴냄)


엉성하지만 둥글게 뭉쳐진 고철 덩어리의 틈새를 들여다보는 느낌, 잉크 얼룩으로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로르샤흐 검사 같은. 2002년 1회 한국인터넷문학상으로 데뷔한 저자가 선보인 두 번째 장편 추리소설은 한센병(나병) 집단거주지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바닥까지 닿는 어둠을 들여다본다.


소설의 배경은 과거 부산의 한센병 환자 집단거주지 '용호농장'이다. 이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달맞이고개 등이 잇달아 들어서며 흔적조차 찾기 어렵지만, 70만평 규모의 이 땅에는 한 때 7,000여명의 주민이 닭·돼지 등을 치며 살았다.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고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도 잘 나오듯, 이들에 대한 차별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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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곳이 폐쇄되는 계기인 12년 전 화재의 유일한 생존자 민성과 연쇄살인범을 쫓는 박 형사의 시선을 번갈아 비춘다.

소설은 집단수용소와 쌍둥이, 감당하기 어려운 매력과 사악함이라는 점에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를, 또 실마리를 쫓는 당사자가 피의자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알란 파커의 영화 '엔젤하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둘을 염두에 두고 읽어도 소설의 8부 능선을 넘기 전에는 겹치고 엉킨 실마리 속 진짜 범인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1만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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