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계 원로들이 보는 안심전환대출

"금융은 복지나 시혜 아니다… 잘못된 정책, 추가확대 바람직 안해" 한목소리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가계빚 줄이려다 성장률 꺾일수도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스마트폰 가격을 정부가 결정한셈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아야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상을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에서 안심대출 확대 방안을 포함해 제2금융권 및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 그러나 경제계 원로들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목소리로 "안심전환대출은 잘못된 정책"이라면서 "추가 확대는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현시점에서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가계부채보다는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칫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안심전환대출'과 유사한 원금분할상환 상품을 확대한다면 가처분소득 감소→소비 감소→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 총재는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현재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이는 경기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 것과 함께 봤을 때의 얘기"라면서 "가계부채만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당장 위급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총재는 경기를 되살려 가계소득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줄기에서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총재는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하게 되면 개인의 상환 부담 증가에 따라 소비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에서는 제2금융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럴 경우 제2금융권 자체가 부실화된다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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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부의 가계부채에 대한 접근 방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자본주의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얘기다. 윤 전 장관은 "경제의 기본원리와 원칙은 당사자들의 의사결정 구조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가계부채 문제 역시 자기 책임의 원칙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금융은 복지나 시혜가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출시부터 20조원 확대까지 금융 당국의 고심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나 말이 좋아 부채의 질 개선이지 결국은 개인의 부채를 정부가 나서서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다. 결국에는 빚을 탕감해달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더 이상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는 어떻게든 가계의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내놓으라고 부추길 수밖에 없고 그러면 국민들은 기대에 부풀게 돼 있다"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제2의 안심전환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정부는 가계부채 중 일부 부실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필요할 경우에만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중심을 잡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시장주의자로 꼽히는 김 교수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정부가 디자인하고 가격까지 결정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일침을 놓았다. 각 금융기관이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정책의 효과도 더 크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선착순 논란이 불거진 것은 개별 수요에 따른 가격 시장의 가격 결정 기구가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심전환대출은 시장 원리를 철저히 무시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행이 뒤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손실은 누가 보상하나"라면서 "결국 소수의 수혜자만 안심할 뿐 그 밖의 모든 경제 주체들은 불안이 더 커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고 질을 개선하겠다는 시각은 좋지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해결 방법에 대한 큰 틀은 정부가 짜더라도 개별 상품은 각 금융기관들이 독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서로 간의 가격 경쟁이 발생하고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2금융권이나 고정금리 대출자와 관련한 상품 역시 금융회사가 결정할 문제지 정부가 나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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