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서경 금융전략포럼] 대기업 실패 딛고 해외진출 성공… 금융도 장기전략 세워야

■ 최수현 금감원장 기조연설<br>금융경쟁력 중국보다 떨어져 글로벌사와 협력으로 차별화를<br>기업경영 참여 '관계형 금융'으로 위험 미리 대비하는 시스템 필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5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최근 금융환경과 감독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삼성과 현대자동차ㆍLG는 지난 1990년대부터 해외에 진출했지만 초기에는 실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패에 주저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성공했습니다. 금융권은 어떻습니까. 현지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진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최근 금융환경과 감독 방향'이라는 주제로 21일 열린 '제5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당면과제로 해외진출을 꼽았다.


이날 42쪽짜리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만들어 온 최 원장은 한국 금융의 주요 이슈와 금융감독 방향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밖에서 성공한 대기업들의 사례에 비춰 국내 금융사들도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 사태 등을 계기로 이뤄진 금융사 제재 방안 개편과 향후 감독 방향 등도 소개했다.

◇국내 금융경쟁력 중국에도 뒤져=먼저 최 원장은 국내 금융의 경쟁력 부족을 질타했다. 그는 "우리나라 10대 금융사를 합쳐도 세계적인 금융사와 비교가 안 된다"며 "정부로부터 약 170조원의 공적자금을 받고 진입장벽을 세워줬는데도 금융이 국가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에서 큰 변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보다도 금융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해외진출이라고 봤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사는 상당히 돈을 많이 버는데 우리는 안 그렇다"며 "막 나가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수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ㆍLGㆍ현대차 성공 사례 배워야=그러면서 내놓은 게 대기업 사례다. 최 원장은 "LGㆍ삼성ㆍ현대차의 해외 성공 사례를 금융권에 적용해봤다"고 했다.

그는 LG는 제니스, 삼성은 AST리서치, 현대차는 북미현지법인을 세우면서 미국 시장에 들어갔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LG는 현지인력 통합에 실패했고, 삼성은 한국식 생산방식을 고집했다가 낭패를 봤고, 현대차는 일본 차와의 경쟁에서 진 것이다.


최 원장은 그럼에도 이들 대기업이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5가지로 분석했다.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쌓은 자신감과 글로벌 기업으로 커야 한다는 위기의식, 핵심인력 양성, 과감한 영업전략 및 현지화 전략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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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시장경쟁 경험이 미흡한 국내 금융사는 글로벌 금융사와 협력해 한국계 기업과 교포 대상 영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해야 한다"며 "전문인력을 키우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만들고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실한 실패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해외진출을 하다 보면 손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무조건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최 원장은 "제조업도 해외에 나갔을 때는 처음에 어려웠다"며 "금융사 일부에서 해외에 나갔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성실한 실패, 아름다운 실패에 대해서는 기운을 북돋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법인의 거버넌스 부분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내세웠다.

◇금융사 처음부터 기업 경영 참여하는 '관계형 금융' 연구 중 =해외가 아닌 국내 부문에서는 금감원을 확 뜯어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금융사에 특별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은 뒷북 치기를 많이 한다. 취임 이후로 뒷북 치기가 아니라 미리미리 시장의 위험요소를 파악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를 제거하는 사전인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많은 비용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관계형 금융'의 중요성도 다시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관계형 금융을 버리고 거래형 금융으로 바뀌었다"며 "구조조정에 들어간 후가 아닌 처음부터 기업 경영에 금융사들이 직접 참여해 견제 등을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다양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최 원장은 동양 사태를 겪은 만큼 적기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동성 문제보다는 경쟁력 없는 기업은 과감하게 회사 차원에서 구조조정하라고 주문했다.

검사와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동양의 경우 "기업어음(CP)을 팔지 말라고 했는데 팔았다"는 게 최 원장의 생각이다. 서민과 중소기업대출 확대도 요청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건전성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다변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동양 사태와 관련해서는 "현재 중복투자자를 뺀 피해자 4만명 가운데 반 정도인 1만9,000명가량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며 "구체적인 손해율이나 배상률은 내년 상반기 정도가 돼야 결정되는데 피해를 보신 분들을 위해 금감원이 가진 인적ㆍ물적자원을 총동원해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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