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회계부정이 자행되며 파산한 통신업체 월드컴의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버나드 에버스(63)에게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미 맨해튼 연방법원의 바버라 존스 판사는 13일(현지시간) 선고공판에서 “이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25년형은 에버스의 나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 없다.
존스 판사는 에버스가 회계부정의 주모자가 아니며 구체적 내용도 잘 모르고 있었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 “에버스는 이 사건 범죄활동의 주모자였다”고 일축했다.
존스 판사는 또 에버스의 심장질환과 자선활동을 이유로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변호인측의 요청도 거부했다. 로버트 민츠 전 연방검사는 “이번 판결은 월드컴과 같은 대규모 사기사건 범죄자들이 과거 폭력범들에게나 선고되던 판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오싹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편 에버스는 월드컴을 창업해 미국의 대형 장거리통신회사로 성장시켰으나 110억달러에 달하는 회계부정을 저지르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울렸다. 월드컴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지난 2002년 파산했고 이후 씨티그룹 등 은행들은 충분한 자산사정을 실시하지 않은 채 주식과 회사채를 판매했다며 월드컴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