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이 28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성론을 펴면서 여권 수뇌부의 대야(對野) 접근 자세 등 정국 운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 내 자성론과 국정쇄신론이 침묵을 깨고 대정부질문을 통해 표출됨에 따라4대 법안과 정국 운영방식을 둘러싼 당내 노선 갈등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을 탈당,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김 의원은 먼저 우리나라의정치현실을 `이념의 과잉과 정책의 과소'라고 진단하고, "여당 의원으로서 개혁을하자고 하면서 마치 혁명하듯이 조급하게 덤볐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고 자성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가급적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났으면 좋겠다. 그것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며 "정치적 사안은가급적 여야와 국회에 맡기고,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선 아예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문법과 관련, "정책문제 외에는 호불호를 드러내지 말았으면 한다"며 비판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자제를 촉구한 뒤 이달 유럽방문 기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을 공격한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처신에 대해서도일침을 가했다.
김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출타중 총리의 언표 또한 총리답지 않았다"며발언의 부적절성을 주장한 뒤 "언론시장 역시 공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만 강조하면 충분하지, 뭣하러 특정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특정정당이 나쁘다니 하는 말을했느냐"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다시 노 대통령에게로 화제를 돌려 "아무리 (현정권의)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요한 건 형식이고 메시지"라며 "대통령의 메지시는 무엇보다 온화해야 한다"고 국정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방식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미국 국민들은 대공황과 2차 대전을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던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을 들으면서 고난을 이겨냈다"며 "모름지기 대통령은 대통령 답게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진언했다.
김 의원은 또 "야당이 말하는 영수회담이든 여당의 원탁회의든 형식과 명칭이중요한 게 아니다"며 상생정치를 위한 정당.정부.청와대 대표자회의를 제안한 뒤 ""이제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여당은 여당답게, 야당은 야당답게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거듭 호소했다.
이와 함께 신학용(辛鶴用) 의원도 질의원고에서 "여러 개혁정책이 거론되고 입법이 추진되었지만 결실을 본 것은 없어 일부에서는 개혁에 대해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한다"며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자책했다.
신 의원은 "개혁에 대한 의지와 당위만 앞세워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는데 소홀했던 우리 자신에게도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자성해 본다"며 "조급히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등동의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조(梁承晁) 의원도 "민주개혁세력이 처음으로 원내과반수를 차지하였다는벅찬 마음으로 의원활동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어려운 처지에있는 우리 국민에게 얼마만큼 희망과 만족을 주었는가를 생각해볼 때 가슴이 답답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