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민연금, 10년 초과 사외이사 장기재직에 제동

횡령·배임 임원 반대는 유보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서 10년 이상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의 연임에 제동을 건다. 장기간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임원들에 대한 감시 역할을 소홀히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횡령ㆍ배임행위가 명백한 임원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와 의결권 행사방향 주총 전 공개 등 당초 정부가 추진한 국민연금 의결권 지침은 오는 5월에 다시 논의하기로 해 유보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4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현재 10년 이상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는 데서 나아가 당해 회사 및 계열회사를 포함해 최대 10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을 의결권 행사지침에 명시하기로 했다. 또 사외이사 선임시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현행 60%에서 75%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개정된 의결권 행사지침은 당장 3월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부터 적용된다.


권종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장은 "계열회사까지 포함해 사외이사를 10년 이상 연임하는 사외이사에 대해 제한을 두면 실질적으로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굉장히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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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이나 노르웨이연기금(GPFG) 등 다른 나라의 연기금은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지침은 다른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최소한의 규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금운용위에 앞서 지난 24일 실무평가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명백하게 횡령ㆍ배임에 연루된 재벌 총수의 선임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와 '의결권 행사방향 사전공개'는 노동계의 불참으로 5월에 다시 논의된다. 권 위원장은 "이날 결정된 사안은 기금의 안정적 운용에 명백하게 저해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결정이 쉬웠지만 나머지 사안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이날 참석한 재계와 정부부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노동계까지 모두 모여 5월께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이 같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기업들은 보통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재직기간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데 애초에 재직기간을 선임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더구나 계열회사까지 기준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이번 조치는 해외 연기금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했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한다고 해서 기업의 수익성과 미래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금운용위의 의결권 강화 추세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양사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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