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지재권 분쟁에 정부까지 가세 '메이드 바이 코리아' 협공

[진화하는 보호무역 패러다임]<br>특허전문기업 주타깃은 한국 피소 건수 삼성 3위·LG 9위<br>美ITC 지재권 침해 조사도 해마다 상승곡선 그리는데<br>우리정부는 기업 보호 소극 무역구제 기능 강화 시급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보호무역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반덤핑ㆍ상계관세ㆍ세이프가드 등 국가가 앞장서는 전통적 보호무역에 더해 최근에는 개별 기업이 주도하는 지적재산권 분쟁 등에 각국의 이기주의가 개입되는 형태의 신보호무역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2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기업에 대한 신규 무역구제(반덤핑ㆍ상계관세 등) 조치건수는 지난 10월 현재 20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건수인 16건을 넘어섰다. 10건이던 2007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가 과거에는 선진국에 치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신흥국까지 가세해 전세계가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신흥국들은 반덤핑 조사는 물론 무역기술장벽(TBT),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SPS) 등 비관세 장벽까지 적극 활용하며 규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8월 삼성전자ㆍLG전자ㆍ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의 세탁기에 대해 최고 82%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또 중국 정부는 LCD패널의 수입관세를 인상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타격을 입혔고 브라질은 자동차 수입의 관세율을 올려 현대ㆍ기아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LCD패널뿐만 아니라 철강류(EUㆍ브라질ㆍ캐나다ㆍ호주ㆍ인도네시아), 2차전지(미국), 종이(대만), 섬유(브라질), 타이어(브라질) 등 다양한 종류의 품목들이 외국 정부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보호무역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무역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 코오롱과 듀폰의 소송 이면에도 보호무역주의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지역 현대차 연비 사태도 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이면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외국 정부와 기업이 협공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는 것.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제소한 지재권 침해조사는 2009년 31건에서 2010년 56건, 2011년 6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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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재권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특허전문기업(NPEㆍNon-Practicing Entity)에 피소된 한국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특허전문 조사기관인 페이턴트프리덤의 자료를 보면 NPE가 올 상반기에만 국내 기업을 상대로 61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기업이 연루된 특허분쟁이 날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00건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NPE에 제소된 건수를 기준으로 전세계 기업의 순위를 매기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3위, 9위에 랭크된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지재권 침해물품의 수입 등 불공정 무역행위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가 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보호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 무역위원회도 미국 ITC처럼 조직을 확대하고 지재권 전문조사 인력을 보강해 지재권 침해물품 수입을 강력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FTA 체제하에서는 무역구제제도가 유일한 안전망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의 적극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며 "특히 반덤핑 조사를 통해 산업보호가 가능하도록 피해구제 수준을 높이는 등 무역구제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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