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암조직과 접촉시켜 면역기능을 강화한 후 환자의 몸에 다시 주입, 암세포를 죽이는 `맞춤형 항암제`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코스닥 등록 제약사 바이넥스(대표 이백천)는 바이오벤처 크레아젠(대표 배용수)에 이어 수지상(樹枝狀ㆍDendritic)세포를 이용한 항종양 세포치료제를 개발, 우선 폐암을 대상으로 내년 초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크레아젠은 동아제약과 제휴, 지난 5월부터 신장암 세포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둘 다 2005~2006년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수지상세포란 사람의 혈액에 소량 존재하는 나뭇가지 모양의 백혈구. 암세포 일부와 함께 배양해 암에 특이적인 항원을 수지상세포에 인식시킨 후 암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면 암환자의 면역시스템이 해당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공격해 암세포를 파괴시킨다.
식약청 관계자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종양 세포치료제를 개발했다며 상담한 업체가 5곳 정도지만 임상시험에 들어갔거나 착수 예정인 업체는 크레아젠과 바이넥스 두 곳”이라고 말했다.
◇바이넥스=강치덕(부산대 의대)ㆍ정민호(동아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종양 세포치료제를 개발, 전임상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내년 초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바이넥스는 이 세포치료제의 상품화 및 판매를 위해 근화제약과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바이넥스의 임영식 이사는 “세포치료제에 대한 전임상시험 결과 항암효과가 우수하고 특별한 부작용ㆍ독성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식약청 승인을 받아 우선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착수, 이르면 2005년 말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1ㆍ2상시험은 바이넥스가 독자적으로, 3상시험은 근화제약과 공동(투자비 50:50)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 세포치료제가 시판허가를 받을 경우 근화제약이 서울ㆍ경인ㆍ충청지역을, 바이넥스가 나머지 지역 판매를 맡기로 했다. 근화제약은 이들 지역의 판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11억원, 또 다른 품목 총개발비의 50%(20억원 안팎)를 투자키로 했다.
양사는 또 기존 생물학적동등성 인정품목 교환, 위탁생산, 신제품 등 공동개발, 제품의 공동판매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백천 바이넥스 대표는 “양사가 기술과 생산시설을 공유, 모든 제형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연진 근화제약 대표는 “이번 계약 체결을 계기로 암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감염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아젠= 동아제약(대표 강문석)과 공동개발 중인 신장암 세포치료제에 대해 지난 5월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임상시험은 삼성의료원(임상시험책임자 정철원 교수)에서 실시하며, 임상 1상ㆍ2상시험을 결합해 이미 전이가 일어난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실시될 예정이다. 2005년 상품화될 전망이다.
신장암 세포치료제는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T-임파구를 활성화시키고 암세포에 대한 면역정보가 암환자의 몸에 저장되기 때문에 이미 전이가 일어났더라도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추적ㆍ공격하고 재발을 최대한 억제한다.
크레아젠과 동아제약은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암백신을 신장암 이외의 암에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어서 신장암 임상시험 결과가 좋을 경우 다양한 암에 대한 맞춤 항암세포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장암은 40~60대 연령층에 주로 발생하며 국내의 경우 매년 1,200~2,000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한다.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어 평균 생존기간이 진단 후 6~12 개월에 불과하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