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방문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시한 안에 타결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협상 시한이 이달 말로 임박한 12일,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를 빌려 이와 사뭇 상반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경제적 실익을 최우선할 것, 협상 시한에 연연해하지 말 것, 그리고 타결의 수준에 구애받지 말라는 것 등 우리 협상단에 보내는 3가지 협상 전략이었다. 타결 이후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측 협상단의 막바지 협상 전략에 오히려 혼선을 가져올 수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퍼주기 협상’ 비판 사전 차단 포석(?)=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 가운데 우선 주목할 부분은 “‘경제 외적인 요소’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경제적으로 실익이 되지 않으면 협상을 결렬시킬 수도 있다”는 강경론을 꺼낸 점이다. 한미 관계를 고려한 안보나 정치적 문제로 FTA 협상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경제적 실익을 앞세워야 할 FTA 협상이 한반도 평화 등 비경제적 요인에 휘둘려 무리하게 타결을 서두른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퍼주기식 협상’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은 협상 시한에 대한 언급에서도 드러났다. “신속 협상절차 속에서 기한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치고 있다”고 밝힌 점은 이런 점에서 되새겨볼 만하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의 만료 시기가 6월 말로 끝나고 3월30일까지는 최종 협상 타결이 돼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협상이 타결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결국 “좀 불편한 절차를 밟더라도 그 이후(절차 기간 후)까지 지속해서 갈 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적어도 ‘졸속 협상’은 없었다는 명분을 축적하려 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협상단에 이 같은 반대여론이나 우려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실익’에 따라 원칙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업ㆍ자동차 낮은 수준 타결 염두에 두나=이날 발언에서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이른바 ‘협상의 수준’이다. 노 대통령은 “높은 수준의 협상이 아니더라도 중간이나 낮은 수준의 협상이라도 이익이 되면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막판 고위급의 담판을 남겨두고 있는 농업과 자동차 부분의 협상과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농업 협상과 관련, 우리 측은 현재 쌀 개방은 절대 안되며 오렌지 등 5~6개 초민감 품목의 개방 일정도 최대한 늦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관세철폐에 대해 미국 측은 폐지 시기를 늦추거나 단계적 철폐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막판 협상에서 이들 분야의 개방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선에서 타결을 짓고 상품 분야도 즉시 관세철폐 분야를 최대한 줄이는 등의 미니멈 개방 전략으로 협상을 결론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