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 유안타 금융그룹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우리는 중국을 안다(We know China'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금융업체가 한국 고객을 잡기 위해 자사의 강점이 중국에 있다고 광고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커진 것이다.
한국 농식품 산업의 미래도 중국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0년만 해도 한국 농식품 수출의 60%를 일본에 의존했다. 당시 중국 수출 비중은 7%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일본의 비중은 26%로 줄어들었고 중국의 비중은 17%로 2위에 올라섰다. 한중 자유무역지대(FTA)로 양국 간 무역확대 및 중국의 시장규모 성장에 따라 중국이 우리 농식품 수출 대상국 1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커진다고 한국 농식품의 중국 수출길이 자동으로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20여년 전부터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오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인 규모의 차이, 업계의 보수성 등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에도 소극적이고 성공한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경쟁국보다 늦기는 했지만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중 FTA에 따른 관세인하로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예정이고 중국 시장에서 한류가 강하게 불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러한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중국 상하이·하얼빈·우한·청두 등 주요 대도시에서 한국 문화가 융합된 한국 농식품 홍보행사인 'K푸드페어(K-Food Fair)'를 개최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빼고 한국 농식품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전 세계 농식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국 시장에서 우리 농식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한류에 편승해서는 어렵다. 아직 성장성이 높은 틈새시장을 조기 발굴해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고 다양한 품목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한류 문화의 옷을 입고 한국 식품에 대한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 물론 생산되는 농가에서부터 수출기업까지 긴밀한 연계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유충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