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회복 자신감… 코스피 반등에 무게

■ 미 연준 테이퍼링 착수… 시장 전망은<br>엔저 불안 요인 해소되면 조선·반도체·은행주 유망<br>펀드 수익은 선진국>신흥국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이 신흥국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식=글로벌 주요 증시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며 큰 폭으로 오른 것과 달리 코스피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날 국내 증시의 무반응을 엔화 약세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 우려가 겹치며 나타난 현상으로 진단했다. 엔저 정책에 대한 불안요인이 제거되면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온전히 국내 증시로도 흡수될 수 있는 만큼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0포인트 넘게 오르며 2,000선 돌파를 앞뒀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1.02포인트(0.05%) 상승한 1,975.65포인트로 마감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가 1% 넘게 뛰고 일본도 1.74% 급등한 것과는 달랐다. 한국증시만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은 엔저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 강세로 엔화 가치가 떨어져 엔·달러 환율이 104엔을 돌파하는 등 환율(엔저) 리스크가 확대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테이퍼링 단행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피력인데다 추가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주식 확대를 조언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단 미국의 통화정책 핸들이 큰 폭으로 꺾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대돼 연말까지 2,000선까지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연말 증시가 전고점(2,050포인트)을 돌파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크지만 내부적으로 4·4분기 기업실적 부진 우려가 여전한데다 수급 기반이 약해 1,950~2,050 사이의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며 "내년 경기회복과 기업실적에 대한 수치를 확인하면서 코스피가 반등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경기회복 수혜가 기대되는 조선·화학·반도체 등 경기민감 대형주와 은행·손해보험 업종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이날 채권시장은 잠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30분 현재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2.89에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과 30년물 등 장기물의 변동성도 거의 없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테이퍼링 이슈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금리 상승 가능성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김기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발표는 정책 불확실성 완화를 의미한다"며 "내년 1·4분기까지 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완만한 금리의 하락이 예상돼 단기적인 금리상승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권시장에는 앞으로 환율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이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로 이어지겠지만 오히려 이런 조건이 원화채권의 차별화된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이후 달러가 강세로 진행될 때 아시아 국가 중 한국·중국·대만만이 자국통화의 강세 기조를 유지하는 보습을 보였다"며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신흥국들의 통화 약세에도 강세 기조를 유지하며 원화채권의 차별화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서 보험 등 장기투자기관의 원화채권 매수 확대에 대한 기대도 높다. 그동안 이들이 채권 매수를 미뤘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돼 채권시장의 수급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펀드=펀드는 아시아 신흥국보다 선진국 쪽이 높은 수익률을 나타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는 저점에서 분할 매수하는 방식으로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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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선진국 주식형펀드의 올해 투자지역별 평균수익률은 일본펀드가 37.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국(30.18%)과 유럽(16.61%)도 10%를 넘기며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1.99%)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선진국 펀드에 대한 투자는 미국의 테이퍼링 영향으로 더욱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올해 크게 올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지만 신흥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인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은 경상수지가 적자인데다 자국 통화의 약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투자 유출 우려가 있다"며 "선진국 증시가 현재 많이 상승했지만 미국의 경기회복과 일본의 엔저 정책 등으로 미국·일본 증시의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이사 역시 "미국의 테이퍼링 여파로 달러화가 강세로 바뀔 가능성이 크며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아시아보다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 펀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가 1,900포인트 중반으로 하락하면 상장지수펀드(ETF)나 레버리지 펀드 등을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유효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 이사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우려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며 "코스피가 1,950포인트 수준으로 하락하면 레버리지 펀드 혹은 레버리지·코스피200 ETF를 분할 매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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