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료기관의 영리 자회사 허용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정부는 보건·의료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의료기관이 숙박이나 온천, 여행 관련 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의료법인이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부대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찬성하는 측은 병원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림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의료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 및 시민단체들은 병원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의료비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일자리 창출·보건산업발전에 큰 도움

학교법인 등과 형평성 차원서도 필요


'의료법인에 대한 자회사 설립 허용'을 반대하는 논리는 이것이 영리병원의 본격화, 민영의료보험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자회사 설립이 허용돼도 거기서 발생한 수익은 다른 곳으로 유출할 수 없고 본업인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데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의 효율적인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포기할 이유도 없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약 94%를 민간이 소유·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의료기관은 공적 관리체계의 통제하에 있다. 설립과 동시에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진료하도록 당연지정제가 실시되고 있다.

급여 범위 및 수가도 정부의 관장 아래 놓여 있다. 이처럼 사적 소유, 공적 운영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물지만 현행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선진국에 비해 부담은 적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건강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보험료 방식의 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의 보험료 부담은 소득의 14%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은 2014년 기준 5.99%이다. 각국의 건강 수준을 비교·발표하는 캐나다 컨퍼런스 보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스위스에 이어 세계 3위에 자리하고 있다. 대단히 효율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민영화하거나 영리병원 중심의 운영체계로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둬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형평성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존의 대형 병원은 이미 자회사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중소형 병원 중심의 의료법인에도 기회를 제공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함은 물론 이러한 투자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자회사 설립 허용은 보건의료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보건의료산업은 21세기 우리나라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보건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자각해 중장기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보건의료 부문 일자리 수가 전체 고용인구의 약 7~8%에 머무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고용인의 약 20%가 보건의료 부문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전자·자동차·철강 등 제조산업은 일자리 확충에 한계가 있다. 21세기 일자리는 서비스 부문에서 찾아야 하고 그중 가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가 보건의료다.


지난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래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는 보건의료산업 발전보다는 국민의 의료접근성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둬왔다. 헌법적 가치인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이제 산업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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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필요 없는 논란은 자칫 향후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의 발전에 장애를 가져올 뿐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정말 공적 보험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인지 객관적 사실, 상황을 통해 다시 한번 판단해봐야 한다. 저부담·고효율의 현행 우리나라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잘 보존함은 물론 향후에는 보건의료산업이 우리나라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반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영리의료법인 비판 피하려는 '꼼수'

이익에만 목매 환자의료비 부담 늘 것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임시방편, 하석상대(下石上臺),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사자성어와 속담이 현재 의료계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국민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법인의 투자·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들이다.

왜 문제가 초래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그동안 제기된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진료와 관계없는 영리자회사와 임대업·숙박업·여행업·온천업 등의 부대사업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오히려 이익 극대화를 위한 유인수요와 부적절한 강매 등은 환자의 의료비를 증대시키고 의료의 질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원가의 75%만 보전해주는 건강보험 수가로 정상적, 양심적인 진료를 하는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기인한 병원 경영 악화와 환자의 추가부담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진료에서 발생한 손실을 영리자회사를 통한 투자와 배당·부대사업으로 벌충하라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 의료기관에 정상적인 진료가 아닌 편법적인 수익을 창출하도록 강요하는 임시방편의 편법활성화 정책은 그 취지와 정책 방향에 전혀 맞지 않는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라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의료기관과 환자의 건강 모두 붕괴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영리자회사 설립안 세부내용은 더욱더 모순이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가 투자를 받아 의료기관 임대업이나 의료기기·약품 공급사업 등 각종 목적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영리의료법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영리자회사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의료법인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영리자회사의 이익을 의료법인에 환원하도록 강제한다면 누가 투자할 것인가. 결국 원래 목적과는 달리 외부투자자의 투자 동기는 약화되고 내부거래의 극대화와 의료기관 임대 등 병원 수익을 의료법인 대표가 투자한 영리자회사로 합법적으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이는 간접적으로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영리의료법인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의료법인을 제외한 다른 법인에는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사례를 보자. 지난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병원 관련 사업체 주식 다량과 임원 다수를 서울대병원 구성원이 점유하고 이런 자회사가 병원의 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의약품 도매사업 등을 독점·수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자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심각한 내부거래 등이 발생한 것이다.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병원조차도 이러한데 일반 의료법인과 영리자회사의 경우 어떻게 될까. 형평성보다는 폐해 예방과 국민건강을 우선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연말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8세 아역배우의 수상소감이다. 영리자회사 논란에 있어 되새겨볼 말이다. 의사의 양심적 진료, 환자의 건강을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와 바꾸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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