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후 불안하던 소비자물가가 결국 상승세로 돌아서며 추석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는데, 특히 장바구니 체감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이 상승을 주도하는 점이 더욱 부담스럽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지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올랐다. 7월 물가상승률이 1.6%를 기록하며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 1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 이후 꾸준히 하락해오다 6개월 만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물가가 이처럼 크게 오른 것은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가격이 각각 크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하며 물가상승을 주도했고 서비스는 공공서비스 부문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랐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파가 무려 67.7%나 올랐고 갈치(25.5%), 쇠고기(국산ㆍ11.8%) 등이 크게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도시가스(9.4%), 택시료(17.7%)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 수년간 물가상승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물가정책으로 가격이 묶인 제품들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이른바 'MB물가'로 불리는 52개 주요 생필품 중에서는 우유(20.7%), 식용류(14.8%), 샴푸(10.8%) 등이 올랐다. 문제는 물가불안이 계속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를 여지가 큰데다 경기가 다소나마 살아났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수요가 늘어난다는 예측 하에 공급물가가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추석 효과와 환율, 해외 원자재 시장 요인을 고려할 때 물가불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물가불안의 주요인이다. 지난해 상반기 유가에 힘입어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올 상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지난해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거꾸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됐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조금만 올라도 물가불안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국제 원자재가격 강세에 따라 다소 오르기는 하겠지만 2%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농축수산물 가격도 출하가 집중되는 9월 이후애는 안정세를 회복하고 공공요금 역시 택시요금 인상이 마무리돼 당분간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