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규제 '빗장' 풀고 계약자보호 초점

보험업법 개정안 내용-의미정부가 25년만에 전면손질하는 보험업법은 계약자보호와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경제적 위기에 처한 소비자들의 구제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계약자들의 권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대형화ㆍ자율화ㆍ겸업화 등 세계적인 흐름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어 규제위주로 짜여진 보험제도를 경쟁력강화 쪽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현실을 대거 수용했다. ◇소비자보호 대폭 강화=개정안은 우선 보험계약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의무보험 가입자가 예금자보호법에 명시된 5,000만원을 넘는 손해를 입었을 때 이를 손해보험협회가 초과분을 지급토록한게 대표적이다. 또 기존 계약을 새로운 보험계약으로 전환한 가입자가 이의 부당성을 뒤늦게 확인했다면 계약체결 6개월내에는 기존 계약을 부활시킬 수 있도록 한 조치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IMF때 보험설계사가 마구잡이로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끌어들였다가 문제가 되자 금리가 낮은 보장성보험으로 전환시키면서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장기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생명보험사들이 수익의 일부를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유배당상품'의 이익 배분기준에 관한 법적근거를 만드는 것이나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소비자보호를 강화한 조치다. ◇사전규제는 크게 축소=규제방식을 법이 명시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에서 금지항목만을 나열하는 '네가티브'로 바뀐다. 보험사간 경쟁을 촉진하고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규제의 의미가 사라진 보험사의 주식보유한도(현행 총자산의 40%)나 비보험계약자 대출한도(총자산의 40%)를 폐지했다. 이밖에 해외투자 한도를 20%에서 30% 늘려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수단이 적어 자산운용에 애를 먹었던 보험사의 숨통을 틔워줬다. 반면 대주주에 대한 감독은 오히려 강화했다. 보험의 공익성을 위해서다. 자기계열집단에 꿔줄 수 있는 한도를 총자산의 2%에서 자기자본의 40%로 바뀌고,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ㆍ주식한도도 총자산의 3%에서 자기자본의 60%로 바뀐다. 대주주의 범위는 은행과 같아진다.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지배주주가 보험사를 사금고로 악용하는 장치는 강화했다"며 "임원을 선임해 회사의 경영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사들도 신용공여 등에 제한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은 더욱 촉진=단종보험사(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 특정상품만 판매하는 회사)의 최저자본금이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다. 인터넷 등 통신판매전문보험사는 일반 보험사 자본금의 50%만 갖추면 된다. 사실상 효용성이 없는 5대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보험업 신규진입 제한도 예정대로 내년 3월말 폐지된다. 상품개발에 대한 규제도 풀린다. 지금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자동차보험이나 의무보험도 판매후 보험개발원에 관련서류만 제출만 하면 된다. 자동차보험이 사후보고상품으로 바뀌고, 그에 따라 손해보험사간 신상품 개발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집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보사 모집인은 1개 손보사, 손보사 모집인은 1개 생보사의 모집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차모집'도 허용된다. 이에 따라 삼성ㆍ교보ㆍLG 등 대형보험사는 생ㆍ손보사가 모두 있기 때문에 이들 보험사 설계사들이 교차판매를 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개정안 내년 8월 방카슈랑스 도입에 대비해 은행의 판매상품 및 모집방법을 가능케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물론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모집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보완장치도 마련된다. 또 민영건강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요청해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심사ㆍ평가할 수 있게 했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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