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인 KT ENS(옛 KT네트웍스)의 부장급 직원과 ENS 납품업체인 N사 관계자가 공모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13곳에서 2,800억원가량의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하나은행 한 곳에서만도 1,000억원 넘는 돈이 사기 대출됐다. 금융감독 당국은 대출사기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금융사 직원의 공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대출과정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정 개인이 2,000억원대의 대형 사고를 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더욱이 사기대출이라는 금융회사 측과 은행 측에 과실이 있다는 KT ENS 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6일 KT ENS에 핸드폰 같은 물품을 납품해온 N사 직원이 ENS 직원과 짜고 N사가 ENS에 매출채권이 있는 것처럼 장부를 꾸며 하나·농협·국민은행 등 13개 금융사에서 2,800억원의 돈을 빌린 대출사기 혐의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N사는 지난 2008년부터 ENS와 정상적인 납품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거래가 끊긴 후 N사가 ENS에 납품하는 것처럼 가공의 매출채권을 만든 뒤 이를 N사와 3~4곳 명의로 된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겼다. SPC는 매출채권을 바탕으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1월 말 현재 대출잔액만도 2,800억원에 달한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사 직원과의 공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KT ENS와 N사 직원이 공모해 일으킨 사건으로 보인다"며 "KT 자회사의 매출채권인 만큼 금융사가 대출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돌려막기를 하는 데 쓰였다.